[fn광장] 중소기업과 청년이 함께 가려면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들의 대기업과 자영업에 대한 직장 선호도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한 데 반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선호도는 하락했다. 이는 중소기업의 장시간 근로문화가 노동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중소기업은 일·생활 균형 관점에서 근로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일·생활 균형은 연장근로의 총량 감축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도가 포함돼야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소기업에는 2022년 기준 전체 취업자의 81%에 해당하는 1896만명의 근로자가 종사한다. 하지만 배우자가 있는 청년 취업자의 중소기업 재직 비중은 감소하고 있다. 일·생활 균형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음 사항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첫째, 29인 이하 소기업 지원에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청년 취업자의 비중 감소는 주로 29인 이하 소기업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은 유연근무제, 근로시간 단축, 육아휴직 등 일·생활 균형 제도의 활용실적이 매우 저조하다. 근로시간 단축지원, 육아휴직급여 등 일·생활 균형 지원금액을 29인 이하 소기업, 30인 이상 중기업, 300인 이상 대기업 등으로 구분해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소기업에서 일·생활 균형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우수기업의 다양한 사례를 발굴·확산하고, 소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우수 중소기업에 대한 방문 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둘째, 중소기업 사업주의 관심과 참여가 많아져야 한다. 일·생활 균형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요즘 같은 경제 상황에서 정부 지원을 무작정 확대할 수는 없다. 일·생활 균형 지원은 그 필요성을 인지한 기업에 집중될 때 정책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참여를 유인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수단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이 근로자 대상으로 지원한 금액에 정부가 일정 금액을 매칭하거나 사후에 세액공제를 통해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 여가친화기업, 가족친화기업 등으로 선정된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사업과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선정기업만을 대상으로 별도의 사업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중소기업 노사가 상생하는 형태로 접근해야 한다. 중소기업 사업주는 계속해서 근무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고, 설사 장기간 휴직을 하더라도 복귀할 수 있는 인력을 선호한다. 중소기업 근로자는 급여 감소나 경력단절 등의 우려로 장기간 휴직보다 회사 생활에 숨통을 터주는 형태의 지원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육아기와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활용하는 중소기업 노사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업무의 연속성과 생활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중소기업 현장에서 시간단위 휴가 사용과 유연근무제의 도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기존에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불필요한 회식 감소와 재택근무가 확산됐다. 모 대기업 회장의 '해봤어?'라는 명언이 중소기업의 일·생활 균형 조직문화에 스며들어야 한다.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중소기업과 청년이 함께 갈 수 있는 다양한 해법들이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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