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훈 할머니가 골프를 우리 것으로 만들다 -제네시스 챔피언십 관전기 [윤영호의 ‘골프, 시선의 확장’] 〈15〉
데뷔하자마자 PGA투어 3승을 달성한 김주형은 타이거 우즈, 로리 매킬로이와 조던 스피스를 연상시켰다. 그는 올해는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PGA투어 시그니처 대회인 트레블러스 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스코티 셰플러에게 패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제네시스 챔피언십은 DP월드투어와 KPGA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PGA투어 대회는 아니지만, 고국의 골프 팬 앞에서 첫 번째 유럽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면, 김주형의 경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김주형은 같은 기간 일본에서 개최된 PGA투어 조조 챔피언십 대신에 제네시스 챔피언십을 선택했다. 후원사인 제네시스도 대회 흥행을 위해 김주형이 몹시 필요했을 것이다.
김주형은 골프 팬과 후원사 기대에 부응하며 선두를 달렸고, 안병훈이 우승 경쟁에 가세하면서 대회는 후끈 달아올랐다. 연장전에서 김주형은 티샷을 페어웨이에 안착시켰고, 유틸리티로 두 번째 샷을 쳤다. 경쾌한 타구음으로 판단했을 때, 공은 220야드를 정확히 날아서 그린 앞턱과 핀 사이의 작은 공간을 비집고 떨어질 것 같았고, 부드러운 그린은 멀리서 날아든 공을 받아서 이글 기회를 만들어 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공은 끝에서 그린을 살짝 벗어나 벙커 위에 거칠게 조성된 러프에 멈췄다. 불운이었다. 그의 불운은 물로 향하던 공이 워터해저드 바로 앞에서 멈춰 버린 안병훈의 행운과 묘한 대비를 이뤘다. 까다로운 위치에서 친 김주형의 세 번째 샷은 탑핑으로 그린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그 샷으로 김주형은 우승을 놓쳤다.
스토리를 살리는 마무리가 있고, 그렇지 않은 마무리가 있다. 안병훈에게 간절한 것은 PGA투어 첫 승이므로 DP월드투어 우승이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이미 9년 전에 유로피언투어를 우승했기 때문에 기껏해야 ‘마침내 보상받은 9년간의 기다림’ 정도가 기사의 제목이 될 것으로 보였다.
그것은 스코티 셰플러가 우승하면서 아내와 키스를 나누고, 잰더 샤우플리가 어머니와 포옹하고, 로버트 매킨타이어가 임시 캐디를 맡았던 아버지를 부둥켜안은 장면과는 또 달랐다. ‘아이고 내 새끼’라는 손자를 향한 할머니의 말과 그 말에 눈물을 쏟아 내는 손자의 모습을 영국 방송으로 보면서 골프가 비로소 우리의 게임이 되었음을 느꼈다.
골프는 개인 운동이지만, 가족의 운동이다. 많은 골프선수가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따라서 온 연습장에서 골프를 접한다. 전문 코치의 가르침 이전에 아버지의 스윙을 모방하며 골프를 배운다. 무거운 골프 가방을 들고 골프 코스에 가기 위해서는 부모의 운전이 필요하다. 바쁜 부모를 대신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수고를 해 줄 때도 있다. 골프는 가족의 관여를 해야 하는 운동이다. 가족의 정신적 경험적 유산을 물려받고, 때로는 가족에게 물질적 희생을 요구한다. 그래서 골프대회 우승자가 가족과 나누는 포옹은 늘 특별하다. 안병훈과 할머니가 만들어 낸 골프의 특별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같은 시간 라커룸에서 발생한 일보다는 말이다.
윤영호 골프 칼럼니스트
윤영호 ㅣ 서울대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증권·보험·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2018년부터 런던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옵션투자바이블’ ‘유라시아 골든 허브’ ‘그러니까 영국’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등이 있다. 런던골프클럽의 멤버이며, ‘주간조선’ 등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현재 골프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클라라, AIFF아시아 국제 영화제 최고여배우상 수상
- 김나정, 화끈한 뒤태…라스베이거스서 과감한 자태 [DA★]
- ‘흑백요리사’ 트리플스타, ‘명품백 로비’, ‘양다리’…사생활 논란 터져
- 안영미, ‘젖년이’ 이어 ‘씨X’…욕설 논란에 결국 사과 [종합]
- 김정민 “하루 맥주 16캔”→‘중3’ 子에 술 심부름까지 (고딩엄빠5)
- 이영자 결혼 선언, 신랑 정체가 깜짝…재력 자랑까지 (진심누나)
- ‘미나♥’ 류필립, 아내에게 매달 300만 원 용돈 ”빨대남 아냐”
- 김정민, 쓰레기 집서 매일 음주→子 방치까지 ‘충격’ (고딩엄빠5)[TV종합]
- 전소민, 파혼당하고 신혼집 대출 이자까지 떠안아 (오지송)
- 韓 걸그룹 출신 태국 유튜버 약 800억대 사기 행각 벌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