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윤혜린, '가장 최근'을 추구하는 뮤직디렉터‧톤블렌더
곡 컨셉 맞게 톤‧가창 스타일 빠른 전환 강점
피프티피프티, 소금, 볼빨간사춘기 보컬트레이닝
피네이션, 에어리어, 쇼파르뮤직, FNC, 뮤직앤뉴
플레디스, MBK 소속 아티스트‧연습생 지도
‘2024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음악감독
現 성신여대 실용음악과 보컬교수 및
‘사운드 비저블’ 대표 뮤직디렉터
버클리 음대 송라이팅‧보컬 학사
“소리 위치가 텍스트를 좌지우지”
“크러쉬, 톤에 있어선 이제 완성 단계”
“소금, 남다른 톤+동물적일 만큼 감정몰입 대단”
“리사, ‘Moonlit Floor’로 솔로 보컬 입지 굳건”
“필릭스, 다채로운 톤과 센스로 무한 기대감”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뮤직디렉터(보컬디렉터) 윤혜린은 오래전부터 톤(음색)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이메일 아이디도 'tone blender'일 만큼 음악에서 톤은 그녀에게 모든 것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다.
특정 장르의 발성에 익숙한 가수라도 짧은 시간 안에 전혀 다른 장르로 완벽하게 탈바꿈시키는 것도 윤혜린만의 노하우(무기) 중 하나다. 예를 들어 트로트만 하던 가수라도 2개월 안에 브루노 마스 같은 톤과 발성으로 탈바꿈시키는 속성 레슨에 능한 것이다.
회사(소속사)를 비롯한 여러 클라이언트는 윤혜린에게 작업을 의뢰하면 "전혀 다른 곡으로 나온다"고 말한다. 발음, 받침 하나 호흡 끊는 자리 그리고 음 길이에 따라서 전혀 다른 노래로 나올 수 있다. 이 모든 걸 정밀한 디렉팅을 통해 만족감 높은 작품으로 만들어 낸다는 이유로 그렇게 평하고 있는 것이다.
유명 보컬트레이너들은 "발성은 연습으로 완성될 수 있지만 음색(톤)은 타고나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에 대해 윤혜린 디렉터는 "타고나지 않아도 연습으로 (완벽에 가깝게 원하는) 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버클리 음대에서 보컬과 송라이팅 전공 후 곧바로 현업에 뛰어든 윤혜린은 MBC '나는 가수다', KBS '불후의 명곡' 출연자 보컬트레이닝 및 SBS 'K팝스타2' 생방송 코러스 편곡, 그 외 뮤지컬 작품 보컬트레이닝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했다. 또한 피네이션, 밀리언마켓, 에어리어, 쇼파르뮤직, FNC, 뮤직앤뉴, 플레디스, MBK 등등 여러 소속사 아티스트 및 연습생을 지도했다.
볼빨간사춘기(안지영), 소금(바밍타이거) 등의 보컬트레이닝은 물론 올해 초 피프티피프티 컴백조로 결정된 멤버들의 퍼포먼스와 보컬트레이닝을 맡기도 했다. 피프티피프티 관련 내용은 윤혜린 교수와 소속사 간의 비밀유지계약 때문에 일정 기간 내용을 공개할 수 없어 이 코너에서 자세하게 다루지 못했다. 독자들의 양해를 바란다.
지난 9월에 열린 '2024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음악감독으로도 참여해 미스코리아 출연자들이 드레스를 입고 행진할 때 흐르는 테마 및 그 외 배경음악을 작업했다.
'엘레인'이란 예명으로 힙합을 하는 후배 음악인들과 레트로힙합 콜라보 활동을 하기도 했다.
백석예대, 호원대에 이어 2012년부터 성신여대 실용음악과 겸임교수로 제자 양성 및 '사운드 비저블'이란 자신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사운드 비저블'은 재능있는 신인 아티스트 발굴 및 음원 제작, 보컬트레이닝 등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일한 회사다.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에서 윤혜린 디렉터를 만났다.
윤혜린은 음악애호가인 부모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카펜터스에서 R&B 등 다양한 팝 음악을 들으며 자랐다. 중‧고교 때 학교 방송반에서 DJ로 활동했고 이때 학교 방송실에 비치된 많은 LP 음반을 접하며 음악적으로 자신을 키웠다.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힙합과 R&B를 좋아하는 음악 성향이 자연스레 미국을 동경하게 됐고 유학도 미국으로 결정했다. 2007년 버클리 음대 입학 및 2010년 졸업과 동시에 귀국하면서 곧바로 필드에 뛰어들었다.
유학을 마치고 국내 음악계에서 활동하며 아쉬웠던 부분이 '발음'이었다. 언어의 차이로 인해 한국 가수가 팝을 부를 때 나타나는 부자연스러움, 즉 딕션에 많은 관심을 두기 시작해 2014년 전후부터 학생들을 교정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팝을 노래할 때, 팝의 발성을 한국어에 맞게 부르는 걸 잘하지 못했다. 모음을 길게 부르고 받침은 살짝 불러야 하는 등 이러한 딕션 방법론을 본격적으로 시도했다.
"소리의 위치가 텍스트를 좌지우지합니다. 고음도 코로 가져가면 높은 음역으로 잘 나올 수 있지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느낌을 내진 못해요. 체스트를 가진 상태에서 고음을 내긴 힘들죠. 따라서 이런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저는 이런 보컬트레이닝에 특화됐다고 자부합니다. 체스트 보이스의 웜업 웜다운을 해줘야 성대에 무리가 가지 않습니다. 이런 식의 발성 훈련을 랩 힙합까지 장르를 넓혀 가르치고 있어요. 흑인 발성, 백인 발성이 있고 백인들이 하는 뮤지컬 발성이 있는데, 제 경우 소리 위치와 발음이 포인트입니다. 발성이 너무 좋아서 끝까지 가면 뮤지컬처럼 되는데 여기까지 목에 아무런 데미지를 주지 않고 진행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일반적으로, 말하듯 노래하라고 가르치지만 제 경우는 그 반대입니다. 하고 싶은 대로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체스트를 쓰더라도 힘이 덜 들어가게 하는 트레이닝이 게 제 방식입니다. 감정적으로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느냐도 중요하게 봅니다. 감정몰입이 돼야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죠."
바밍타이거의 소금(권소희)은 윤헤린 교수가 지도한 대표적 제자 중 하나다. 소금의 탁월한 딕션 처리 때문에 음악관계자들조차 윤혜린 교수에게 "도대체 이 친구는 뭘 가르쳤길래 저럴 수 있는 거야?"라고 물어올 만큼 반향이 컸다.
"처음 본 순간 남다른 톤을 직감한 아티스트가 '소금'입니다. 동물적이라 해도 좋을 만큼 감정몰입도가 대단하죠."
아쉬운 제자들도 있다. 특히 안지영(볼빨간사춘기)에 대해선 "이제 행사용 가수가 된 게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윤혜린 디렉터는 국내 음악계에서 매력적인 톤을 구사하는 아티스트로 남자는 크러쉬, 여자는 윈터(에스파)를 꼽았다.
"크러쉬는 초기엔 코 쪽 소리도 많이 썼지만, 지금은 톤에 있어서 완성된 상태라 해도 좋습니다. 에스파 윈터는 비성을 많이 사용함에도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습니다. 이 두 개가 같이 가기가 힘든 것인데도 말이죠."
"발성이 특히 잘 잡혀 있는 가수는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 크러쉬와 샘 킴이 먼저 생각납니다."
이외에 윤혜린 디렉터는 아이돌 중에선 스트레이키즈 필릭스와 블랙핑크 리사도 꼽았다.
"필릭스는 '동굴저음'이라 불리는 유니크한 음색과 발음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필릭스는 곡마다 벌스에서 다른 톤으로 해석하는 센스가 대단해 무한대의 기대를 모으게 합니다."
"리사는 블랙핑크에선 다소 댄스와 랩에 국한된 멤버였어요. 그러나 'Moonlit Floor'에서 보여준 따뜻한 음색과 멜로디컬한 보컬 실력은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이제 리사는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입지를 굳건하게 했다고 봅니다."
키조(이준희)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저는 키조를 '남자 헤이즈'라고 말하고 싶어요. 키조는 발전 가능성이 많은, 앞으로 더 잘될 것 같아요. 음악에 대한 진정성도 남다르죠."
인터뷰 와중에 G-드래곤, 르세라핌 등과 작업해보고 싶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르세라핌은 매우 안타깝습니다. 안정적으로 라이브 할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고 또한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멤버들이기 때문이죠. 멤버 각자의 톤이나 그 외 더 가진 장점이 있고 그걸 뽑아내 발전시켜줘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 이런 걸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쪽으로 하지 않고 있어 안타까운 겁니다."
"지드래곤은 감히 제가 왈가왈부하기엔 너무 큰 존재입니다. 단지 개인적으로 저는 지드래곤에게 보컬 톤 텍스처를 좀 더 다양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윤혜린 디렉터 겸 교수는 평소 톤 스티스(Tone Stith), 서머 워커(Summer Walker) 등 소위 '얼터너티브 R&B'를 즐겨 듣는다.
"계속 외부 작업도 열심히 하는 가운데 '사운드 비저블'을 통해 서리, 비비 같은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싶습니다. 현재 3명이 소속돼 있는 데 그중 하나가 비비 같은 스타일/끼가 있어요."
"대중음악계, K팝씬에서 항상 '가장 최근' 트렌드를 견지하며 음색에서만큼은 돋보이는 디렉팅을 하는 스페셜리스트, 멋진 '톤 블렌더'로서 기억되고 싶습니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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