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총선서 '자민당 비자금' 심판한 일본 시민들…"큰 기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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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 비자금 같은 문제만이라도 없어졌으면 좋겠다."
지난 27일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여당인 자민·공명당이 15년 만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며 자민당 독주 정치에 변화 가능성이 생겼지만, 현지 시민에게는 정권 교체로 새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나 흥분 같은 반응은 잘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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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큰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 비자금 같은 문제만이라도 없어졌으면 좋겠다."
지난 27일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여당인 자민·공명당이 15년 만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며 자민당 독주 정치에 변화 가능성이 생겼지만, 현지 시민에게는 정권 교체로 새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나 흥분 같은 반응은 잘 보이지 않았다.
30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 시오도메역 주변 빌딩가 지하보도에서 만난 일본인들의 이번 선거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큰 기대는 없다"로 요약됐다.
40대 한 직장인은 "선거를 통해 인구감소 같은 과제가 해결되거나 일본이 좋아질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며 "정권 교체를 통한 사회 변화에 대한 기대는 없고 하루하루 바쁘게 살 뿐"이라고 말했다.
30대 남성 직장인도 "정권이 교체될지 여부는 상관없다"며 "비자금 같은 문제만이라도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쿠 마사키(28·회사원)씨는 "선거가 항상 고령자의 의견에 좌우돼 투표도 하지 않았다"며 "정권이 교체돼도 생활은 별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53.85%로 직전인 2021년 총선(55.92%)보다 2%포인트 정도 하락하면서 1945년 이후 세 번째로 낮았다.
자민당에 투표했다는 이토(47·자영업)씨는 "대체할 수 있는 야당이 없다"며 "과거 민주당 정권 때는 기대에 어긋나는 일만 했다"고 말했다.
옛 민주당이 집권한 2009년 9월∼2012년 3월은 자민당 독주 체제가 시작된 1955년 이후 유일하게 자민당 이외 단일 정당이 정권을 장악한 기간이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 일본 사회가 여러 어려움을 겪은 기간이기도 하다.
실제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여당이 과반 의석을 놓친 이번 선거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사임 필요성은 없다는 응답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선거 후인 28∼29일 1천68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 결과를 보면 응답자 58%는 이번 선거 결과를 전체적으로 '잘됐다'고 답한 반면 "그렇지 않다'는 25%에 그쳤다.
그러나 이시바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59%)는 응답자가 '그렇다'(29%)의 거의 2배에 달했다.
또 앞으로 희망하는 정권 구조에 대해서도 '자민당 중심의 정권 유지'(43%)가 '야당 중심의 정권 교체'(40%)보다 조금 더 응답률이 높았다.
이에 대해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는 "일본은 양당이 대치하는 한국과 같은 정치 구조가 아니다"라며 "설령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중심으로 재편되더라도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야당 내에서 보수적인 성향으로, 이시바 총리와 안보정책 등에서 별 차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일본인은 안정적인 사회에서 살아오면서 큰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일본인 모두가 그렇지는 않았다.
쓰루미 토모(27)씨는 "분위기 변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 정권 때는 어렸기 때문에 실감한 적이 없어 가능하면 한번은 변화를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취재보조:김지수 통신원)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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