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변화·쇄신 하겠다’더니, 변죽만 울린 한동훈의 100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우려하는 지점에 대해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관철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 우려’에 대해선 “김건희 여사 문제가 주요한 부분이란 건 분명하다”고 했다. 그런데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김건희 특검법’이란 말 자체를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하고 특별감찰관 타령만 했다. 한 대표는 직접 약속한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도 “입장이 바뀐 게 없다”고만 했다. 100일 동안 쌍특검법도, 당정관계도 변죽만 울려놓고 또다시 ‘변화와 쇄신’을 되뇌니 실망스럽다.
한 대표 말대로 국민의힘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당연히 특단의 대책이 나올까 주목했더니, “변화와 쇄신을 주도하는 첫걸음이 특별감찰관”이라고 했다. 한 대표 스스로 특별감찰관을 “사정 예방 기관”이라고 인정했으면, 드러난 김 여사 주가조작·공천·국정 개입 의혹은 특검으로 규명하는 게 순리다. 강제수사권도 없고 특검을 대신할 수 없는 특별감찰관이 무슨 발상의 전환이고, 민심을 따른다는 건가.
한 대표는 채 상병 특검법도 7·23 전당대회 때는 호기롭게 ‘제3자 추천 특검’을 다짐하더니, 요리조리 말 바꾸고 피하다 함흥차사가 됐다. 도대체 바뀌지 않았다는 그 ‘입장’이란 게 뭔가. 언제 하겠다는 것이고, 하긴 하겠다는 건가. 했던 약속도 안 지키면서 다른 약속을 하면 국민들이 신뢰하기 어렵다.
한 대표는 ‘수평적 당정관계로의 발전적 전환’을 성과로 꼽았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의·정 갈등 해법으로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 중재안을 내고, 김 여사 의혹 관련 3대 요구도 했다. 10·16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이겨 나름의 존재감도 보여줬다. 하지만 지난 100일 동안 손에 잡히는 성과는 없었다. ‘용산 출장소’를 자처한 전임 지도부들과 비교해 할 말을 한 것만으로는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지 못했다. 당내 세력 기반이 취약하지만, 취임 100일 회견도 환골탈태하지 못한 집권당의 처절한 반성문이 됐어야 했다.
한 대표는 그럴싸한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리더십을 입증해야 한다.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는 윤 대통령을 민심의 눈높이에서 견인하고,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정권과 당의 미래뿐 아니라 한 대표의 정치적 미래도 어두워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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