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탄소중립, 정부 사전지원 효과없다…사후지원으로 시장을 만들어야"

김수연 2024. 10. 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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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30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개최된 ''2024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새로운 인센티브를 만들것, 사전지원을 사후지원으로 바꾸고 시장을 만들 것을 제언한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30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2024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 대한민국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해법을 이 같이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탄소중립 선언 4년째를 맞은 가운데, 많은 기업들이 탄소중립 이행과정에서 수익성 저조, 인허가 지연, 정책기조 변화와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상의는 최근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진단하고 향후 정책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이번 세미나를 마련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 국회, 기업,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 주요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최 회장은 "탄소중립은 우리한테 급한 문제다. 이걸 잘 하면 우리의 살길이 생기고, 대한민국을 에너지강국으로 만드는 길이 될 것"이라며 "탄소중립의 해법으로 제시하고 싶은 것은 새로운 인센티브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방식인 카본 텍스, 배출권제도 등이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이걸 좀더 시장화해야 한다"면서 "규제가 잘 돌아가게 하는 방법으로 제가 몇차례 고안했었는데, 정부 지원을 사전지원에서 사후지원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어떤 계획을 내면, 정부가 사전적 지원을 하는 방식이 지금 방식인데, 사후적 형태로 하는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나중에 사후적으로 분명히 결과치를 냈을 때 어떤 리워드를 주겠다고 약속하는 식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탄소 감축을 많이 하면 텍스 크레딧, 현금 등을 5년 후, 10년 후에 주는 식이다. 탄소감축 실적을 측정할 수 있을 때 리워드를 주겠다는 것이다"라며 "그 인센티브를 얻기 위해 투자가 일어나고 시장이 자동적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은 "여러가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전세계가 탄소중립으로 가는 방향은 확고하다"며 "적극 대응해서 지금의 변곡점을 기회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용주의 관점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 모든 무탄소에너지를 총동원해서 탄소중립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탄소중립 꼭 해야 하나요?'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으나, 탄소중립 속도에는 이견을 보였다. 당장 해야한다는 주장과 현실성을 고려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부딪혔다.

첫 번째 세션의 발표자로 나선 조홍종 단국대학교 교수는 전력산업의 개편을 촉구했다.

조 교수는 "탄소중립은 청정 전기화가 핵심으로 현재 전력산업의 혁신적 개편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인공지능(AI) 등장에 따른 데이터센터 등의 폭발적 전력소비량 증가에 대비하고 국내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의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송전망 적기 건설과 24시간 365일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산업부문에서 기업의 탄소감축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탄소감축 제품의 가격차별화를 위한 프리미엄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 교수는 주장했다.

대담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은 환경 문제를 넘어 경제 문제가 됐기에 해야 한다는 의견에 모두 입을 모았다. 다만, 탄소중립 속도에 대해서는 당장 해야 한다는 의견과, 무리한 탄소중립 목표는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현실성 있는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의 방향에 대해서는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과, 원전 등 무탄소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홍종호 서울대학교 교수는 "에너지 전환의 세계적 추세는 태양광과 풍력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의 혁명적 확대인데 유독 한국만 이러한 거대한 흐름을 놓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최하위를 탈출하기 위한 대대적인 정책 전환이 일차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주헌 동덕여자대학교 교수는 "고립된 전력 계통, 전기저장의 기술적 경제적 한계 등을 감안할 때, 날씨 등 외부요인에 따라 좌우되는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증가는 전력 수급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며 "획기적인 기술 개발까지는 원전을 적정수준에서 적극 활용하고, 재생에너지를 보완할 백업 전원으로서 LNG 발전을 상당 기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탄소중립 산업전환 특별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글·사진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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