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가전 실적에 가려진 LG전자의 위험한 변수들 [시크한 분석]
LG전자 올 3분기 실적 발표
분기 최대 매출액 달성했지만
당기순이익은 81.4% 감소해
LG전자 매출 견인한 생활가전
물류비 증가에 영업이익 감소
엇갈린 평가 내놓은 증권사들
가전 뒷받침할 사업부의 부재
10월 23일 '밸류업 예고' 공시로 급등했던 LG전자의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공교롭게도 3분기 실적 발표 이후에 '변곡점'이 생겼다. 매출액은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감소세로 돌아선 게 나쁜 영향을 미쳤다. LG전자의 3분기 실적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국내 가전업계 '양대산맥' 중 한곳인 LG전자의 3분기 실적을 두고 시장이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쪽에선 기업 구조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아쉬운 성적표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0월 24일 올해 3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했다. LG전자가 3분기 올린 성적표는 매출액 22조1764억원, 영업이익 7519억원이었다.
매출액은 지난해(20조379억원)보다 10.7% 증가하며 3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하지만 정작 손에 쥔 돈은 많지 않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501억원에서 7519억원으로 20.9%, 당기순이익은 4852억원에서 902억원으로 81.4% 쪼그라들었다. 사업본부별 격차도 심화했다.
LG전자 H&A(생활가전) 사업본부의 3분기 매출액은 8조3376억원, 영업이익은 527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1.7%, 영업이익은 5.5% 증가해 '가전은 LG'란 명성을 이어갔다. 여기엔 B2B(기업 대 기업) 냉난방공조(HVAC) 사업과 가전구독 사업의 성장세가 한몫 톡톡히 했다. H&A 사업본부에서 HVAC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5.0%를 웃도는 수준이다.
TV와 오디오 등을 담당하는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는 3분기 매출액 3조7473억원, 영업이익 494억원을 기록했다. 올레드TV의 유럽지역 판매량이 늘면서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주요 부품인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 인상으로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대비 57.3% 감소했다.
LG전자가 새로운 먹거리로 힘을 싣고 있는 BS(비즈니스 솔루션) 사업본부는 올 3분기 매출액 1조3989억원, 영업손실 76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폭을 키웠다. BS 사업본부는 B2B(기업 대 기업) 사업과 함께 전기차 충전·로봇 등의 신사업을 당당하고 있다. BS 사업본부는 LG전자가 매출액을 2030년까지 10조원 규모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핵심 사업이다.
사업본부별 실적 차이는 증권사의 서로 다른 기업 분석 보고서에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같은 3분기 실적을 두고 목표주가를 올린 증권사가 있는 반면, 목표가를 낮춘 곳도 적지 않아서다.
SK증권은 LG전자의 목표주가를 13만원에서 14만원으로 상향했다. 박형우 SK증권애널리스트는 "LG전자가 시장의 우려를 산 부분은 물류비였다"며 "3분기 물류비 증가가 있었지만 매출 성장으로 이를 상쇄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운 운임지수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며 "IT 수요가 부진하고 일부 가전시장이 역성장 하는 가운데 LG전자 홀로 선전 중"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신한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은 LG전자의 목표가를 각각 14만원에서 13만원, 15만원에서 14만원으로 1만원 하향조정했다. 메리츠증권도 목표가를 1만원(14만원→13만원) 낮췄다.
증권사의 평가는 엇갈렸지만 시장은 비관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적 발표 이후 LG전자의 주가는 하락세를 타고 있다. 실적 발표일인 지난 10월 24일 LG전자의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31% 떨어진 9만7200원을 기록했다.
다음날엔 하락폭이 더 커졌다. 5.25%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주가가 9만2100원으로 떨어졌다. 이로써 이틀 전인 23일 "순이익의 25%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밸류업 예고 공시 이후 나타난 주가 상승분(종가 9만9500원·3.32% 상승)을 모두 반납했다. 지난 10월 30일 LG전자의 주가는 9만1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2021년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전장 사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지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며 "LG전자의 강점인 가전을 뒷받침할 만한 사업 부문의 부재가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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