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투 '레드라인' 넘는 北···국제전으로 번지나
보급로 차단 등 특수전 활용 거론
탈영·언어문제로 '총알받이' 관측
北, 대가로 핵잠 기술전수 분석도
美무기사용 허용·나토군 파병 거론
젤렌스키, 美에 토마호크 지원요청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일부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침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사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군의 전선 투입 동향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우크라이나 영토 진입은 사실상 전선 투입, 즉 ‘레드 라인’을 넘은 것으로 해석되면서 국제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9일(현지 시간) CNN 방송은 서방 정보 당국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소수의 북한군이 이미 우크라이나 영토에 침투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움직임이 보고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투입된 인원들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중에서도 선발대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앞서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들은 군 정보 당국을 인용해 러시아 서부 격전지인 쿠르스크 지역에 북한군 장교를 포함한 병력이 투입됐으며 추가 병력이 차량 등을 통해 이동 중이라는 소식을 타전했다. 북한군이 침투한 것으로 알려진 곳은 러시아 서북부 전선으로 추정된다. 당초 북한군의 첫 투입은 서부 격전지인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우크라이나 영토에 침투한 만큼 후방 침투를 통한 특수전에 활용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후방에 침투해 우크라이나군의 보급로를 차단하거나 민간인들을 상대로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소식통들은 “파병된 병력 중 상당수가 특수부대원이며 북한 정권은 자국군이 러시아 정규군보다 잘 훈련되고 전문화돼 있기 때문에 전투력이 높다고 믿고 있다”고 분석했다.
CNN은 북한군이 전장에서 러시아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북한군이 한국전쟁 이후 70년 넘게 실제 전쟁에 참전한 적이 없으며 이번 파병이 전투 경험을 쌓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에서다. 일부 서방 군 관계자들은 북한군이 전장에 도착하면 적어도 일부 병력은 부대를 탈영할 것이며 러시아군과의 언어 장벽이 원활한 작전 수행에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군 전문가들은 북한군이 격전지에 배치돼 ‘총알받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이미 북한군 전사자가 나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해온 리투아니아 비정부기구(NGO) ‘블루옐로’의 요나스 오만 대표는 이달 28일 현지 공영방송 LRT에 “우크라이나군 부대와 북한군의 첫 접촉은 25일 쿠르스크에서 이뤄졌다”며 “북한군은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군 파병 규모가 8만 8000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북한군을 선박이나 항공기로 실어 나르는 기지가 4곳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알려진 1만 명대 파병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북한군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에 전략핵잠수함 기술 등을 전수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이날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개최 세미나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대가로 제공할 수 있는 기술로 ‘재진입(대륙간탄도미사일이 발사된 후 낙하하며 대기권에 다시 진입하는 것) 수단’, 핵잠수함 등을 언급한 뒤 “북한의 전략핵잠수함이 서태평양을 누비고 다니는 상황은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영토 침투 소식에 확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해당 사항을 확증할 수 없다”면서도 북한군이 전투에 투입될 경우 자국 무기 사용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동안 금지했던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을 해제할 경우 이번 전쟁이 러시아와 서방국 간 충돌로 비화할 수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에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이 미사일의 사거리는 최장 2500㎞로 러시아 중심부에 도달할 수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중심으로 일부 유럽 국가들은 나토군 파병을 통한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북한에 병력 철수에 압력을 가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핵심 조력자’ 역할을 해온 중국이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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