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안벽크레인 해상운송…자성대서 감만까지 꼬박 이틀
올해 말 부산항 북항 자성대부두가 개장 46년 만에 문을 닫을 예정인 가운데 세계 최초 이뤄지는 대형 컨테이너크레인(C/C·안벽크레인)의 첫 이전 작업(국제신문 지난 18일 자 10면 보도)이 성공적으로 완료됐다. 정부의 북항 컨테이너부두 기능 재편 계획에 따른 터미널 이전 작업(자성대부두→신감만·감만1부두)이 올 연말까지 진행되고 있다.
▮사상 첫 역대급 이사
30일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자성대부두에서 신감만 및 감만1부두로 옮겨갈 총 6기의 안벽크레인 중 첫 번째 크레인의 해체 및 이전 작업이 순조롭게 끝나고 새 부두에서 재조립을 마쳤다.
자성대부두 터미널 운영사인 한국허치슨터미널주식회사(한국허치슨)는 지난 15일 첫 번째 안벽크레인을 포함해 총 3기의 절단 및 해체 작업을 시작했다. 안벽크레인은 바닷가에 위치해 접안한 선박에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작업을 담당하는 핵심 항만장비다. 컨테이너를 집어 나르는 손에 해당하는 붐을 하늘 높이 들면 최대 높이 120m, 최대 하중 1200t에 달한다.
해체 작업은 마치 사람이 ‘앞으로 나란히’ 한 모습으로 붐을 내리고 크레인의 허리에 해당하는 부분의 구조물과 케이블을 안전하게 절단해 상체를 아래로 내려 포개는 것을 말한다. 이 작업에만 10일가량의 시일이 걸렸다. 부산항대교 바깥에 있는 감만1부두로 가기 위해서는 부산항대교 통과 높이(60m)를 맞춰야 한다. 한국허치슨 등은 파도 안전 등을 고려해 통과 높이보다 더 낮은 57m로 안벽크레인의 높이를 낮췄다.
해체 작업이 완료된 크레인을 바지선에 싣고 감만1부두 앞으로 옮기는 해상운송작업에는 총 이틀이 걸렸다. 지난 26일 2만 t의 바지선에 안벽크레인을 싣는 작업에만 10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이어 크레인을 실은 바지선이 평균 3노트의 속도로 감만1부두까지 2.9㎞를 이동해 하역하는 작업은 이튿날인 27일 이뤄졌다. 안벽크레인은 거대한 규모와 정밀한 구조, 기술적 안전 등의 문제 때문에 모든 작업이 세밀하고 천천히 진행돼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안벽크레인을 다시 조립 작업에만 꼬박 3일이 걸려 30일 모두 완료됐다.
부산항만공사 김영문 물류정책실장은 “안벽크레인 이전 작업은 유례가 없는 것으로 정밀한 구조와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하나하나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며 “10㎧ 이상으로 풍속이 세지면 작업을 중단해야 하는 등 강풍과 비, 파도 등으로 여러 차례 일정이 지연되고 변경되는 과정도 있었지만 안전하게 첫 번째 이전 작업을 마쳤다”고 말했다. 재조립을 마친 안벽크레인은 시운전을 통해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한 뒤 정식 운영에 투입될 예정이다.
▮올 연말까지 순차적 완료 예정
이 같은 작업은 올해 말까지 모두 다섯 차례 더 진행돼야 한다. 6기의 안벽크레인을 감만부두(4기)와 신감만부두(2기) 등 두 곳으로 나눠 이전 설치하며 모두 3개월이 걸릴 것으로 BPA는 예상한다. 장비 이전 작업은 국내외 하역 장비 제작업체 및 안전 점검업체, 운송업체 등이 함께 추진하고 있다. 나머지 5기의 안벽크레인은 다음달 장비 해체를 시작해 12월까지 순차적으로 이전을 완료할 예정이다. 안벽크레인을 제외한 자성대부두에 남아 있는 트랜스퍼크레인(RTGC·장치장에서 컨테이너를 옮기는 크레인) 등 다른 항만 장비들도 육·해상을 통해 차례대로 이동한다.
이는 1978년 우리나라 최초 컨테이너부두로 개장한 자성대부두가 북항재개발 2단계 사업 대상부지로 지정되고 컨테이너터미널을 부산항대교 바깥으로 옮기는 북항 컨테이너부두 기능 재편 계획에 따른 것이다. 한국허치슨은 입찰을 통해 지난해 1월 신감만·감만1부두 운영사로 최종 선정됐다. 한국허치슨은 지난해 10월 감만부두 운영건물에 입간판을 설치하고 공컨테이너를 옮기는 등 이전 작업의 시작을 알렸다.
터미널 이전 작업에 1년 여의 시간이 걸리면서 현재 듀얼 포트(두 개 항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허치슨은 지난 9월 4일 신규 부두에 첫 선박이 접안한 이후 장비 이전 기간 자성대 부두와 신규부두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현재 자성대부두는 매주 47척의 정기 컨테이너선이 접안해 24시간 쉼 없이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신규 부두는 장비 이전이 완전히 마무리되고 부두 운영이 정상화하는 내년 상반기께 정식 개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BPA 강준석 사장은 “북항의 물류 기능을 효율적으로 유지하면서 항만장비들이 안전하게 이전할 수 있도록 정부, 터미널 운영사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으며 앞으로 북항이 인트라 아시아 선사 거점항으로 특화된 기능을 유지·강화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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