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채 죽고 방치되는 퇴역 경주마… "말 보호∙관리 체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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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 말 농장에서 퇴역 경주마를 방치하고 학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퇴역 경주마 학대가 반복되는 것은 한국마사회와 농식품부의 방임에 근본적 책임이 있다"며 "말 학대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퇴역 경주마 보호를 위한 적절한 말 보호∙관리 체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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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이력제 의무화 등 근본적 대책 나와야
충남 공주시 말 농장에서 퇴역 경주마를 방치하고 학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동물단체들은 말 보호∙관리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30일 동물자유연대, 비글구조네트워크 등 1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말 복지 수립 범국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달 15일 말 8마리가 2개월간 방치돼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현장에 남은 19마리 중 2마리가 이후에 숨져 현재는 17마리가 남은 상태다.
마주는 경마장과 승마장 등에서 나이 들고 병든 말을 데려와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마주는 심한 악취 등으로 인근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고, 최근에는 토지주와 임대계약 파기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에 따르면 이번에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마주는 지난해에도 말을 불법 도살해 벌금을 선고받았고, 재작년에는 퇴역 경주마를 포함한 말 4마리를 방치해 2마리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체 2마리는 부검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맡겨졌다.
위원회는 당초 공주시에 피학대 동물 격리 조치를 요구했지만, 공주시는 학대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공주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학대 의심은 되지만 사실 관계를 입증할 순 없어 학대 격리를 하긴 어려웠다"며 "격리조치를 한다고 해도 이송 수단 및 관리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경매에 넘겨진 말들은 토지주가 낙찰을 받아 소유권을 넘겨받은 상태다. 동물단체들과 대한승마협회는 29일 현장을 찾아 말에게 먹이를 공급하고, 울타리 일부 보수에 들어갔다. 한국마사회는 17마리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처치가 필요한 말에게는 치료 조치를 했다. 남은 말들은 현장에서 체력을 회복한 뒤 구조될 예정이지만 비용 등의 문제가 남아 있다.
말 학대 문제가 반복되는 원인은 말 보호, 관리를 위해 필요한 '말 이력제 의무화'가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현장 방문 당시 농장에 있던 18마리 말 가운데 마이크로칩 조회가 가능했던 16마리 중 1마리를 제외한 15마리가 말 산업 정보 포털 사이트상 소유주와 실소재지가 달랐고 살아 있는 3마리는 이미 사망한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동물자유연대는 매년 퇴역 경주마가 1,400마리를 넘지만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부상에도 40~50%는 폐사 처리돼 사료 또는 말고기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살아남은 말들도 마차, 전시, 번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고도 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퇴역 경주마 학대가 반복되는 것은 한국마사회와 농식품부의 방임에 근본적 책임이 있다"며 "말 학대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퇴역 경주마 보호를 위한 적절한 말 보호∙관리 체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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