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LG家 맏사위와 소송전 "역외펀드 탈세 근절"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
국내 상장사 2곳 투자해 수익
국세청 "사실상 국내사업장"
BRV, 추징불복 행정訴 제기
검은머리 외국인 징계여부 주목
에코프로머티 투자금 회수 영향

LG가 맏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사진)가 종합소득세 탈루 혐의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BRV도 투자 수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탈루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BRV가 국내 상장사에 투자해 거둔 수익에 대해 수십억 원 세금을 추징했고, BRV가 이에 불복해 국세청과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세심판원은 BRV가 국세청이 부과한 법인세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심판 청구를 지난 6월 말 기각했다. 이는 최근 논란이 된 윤 대표의 종합소득세 탈루에 대한 추징과는 별개 사안으로 그가 이끄는 BRV의 양도소득세 탈루 혐의에 관한 판결이다. BRV는 이에 불복해 지난달 국세청의 법인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국세청은 2020년 세무조사를 실시해 BRV가 2014년부터 2017년 사이 국내 상장사 2곳의 주식과 전환사채 등에 투자해 얻은 수익 관련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다며 법인세를 부과했다. 부과액은 100억원을 밑도는 규모로 알려졌다. BRV는 이에 불복해 2022년 1월 심판 청구에 나섰고 조세심판원에서 올해 6월 이를 기각하자 행정소송까지 제기하며 국세청과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의 이번 법인세 추징은 향후 법원 판결에 따라 검은 머리 외국인이 이끄는 해외 펀드의 세금 탈루 시도에 철퇴를 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BRV는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시장에 투자하는 BRV로터스 펀드를 운용 중인데, 이 펀드는 카리브해에 위치한 케이맨제도에 등록돼 있다. BRV는 이와 별개로 홍콩과 세이셸공화국에 특수목적법인(SPC)을 각각 설립했다. BRV로터스는 이 두 SPC에 지분 100%씩 출자하고 이를 통해 한국 상장사 두 곳에 투자해 수익을 냈다.

국세청은 이들 SPC의 투자수익에 법인세를 부과했는데 이 페이퍼컴퍼니가 한국에 고정 사업장을 두고 있는지가 양측 법정 공방 쟁점 사항이다. BRV는 이들이 해외 소재 법인인 데다 BRV로터스로부터 출자받은 자금으로 국내에 투자하고, 투자수익을 회수해 BRV로터스로 보내는 역할만 한 만큼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소재한 BRV의 한국 사무소인 BRV코리아어드바이저스를 이들 두 SPC의 국내 고정 사업장으로 지목했다. 실제 BRV코리아어드바이저스는 두 SPC의 출자자인 BRV로터스와 투자자문 계약을 맺었다. 또 윤 대표가 신사동 사무실로 출근해 국내 상장사 투자를 지휘한 만큼 BRV코리아어드바이저스가 SPC들의 고정 사업장이라는 게 국세청 판단이다. 국세청 측은 "BRV코리아어드바이저스 직원들이 윤 대표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는 과정을 통해 두 SPC의 국내 투자 결정과 투자금 회수가 이뤄졌다"며 "두 SPC는 해외에 설립된 법인이지만 실질적 운용자는 윤 대표"라고 설명했다.

BRV 측은 조세심판원 심판 과정에서 국세청의 입장에 대해 "국세청이 주장하는 대로 투자 펀드의 고정 사업장을 인정하는 판례를 전 세계적으로 찾기 힘들다"며 "BRV로터스와 BRV코리아어드바이저스는 각각 다른 법인이며 역할도 다른 만큼 이를 하나로 본 국세청의 판단을 납득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이번 판결이 BRV로터스의 에코프로머티 투자금 회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은 크다. BRV는 BRV로터스 펀드를 통해 이 회사 지분 약 18%를 보유하고 있다.

[오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