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던진 ‘탄핵 소추’, 이재명은 받지 못하는 이유
이재명은 관망…민주당 “탄핵은 독자적으로 판단할 문제”
“민심 대변” 對 “기각 되면”…‘탄핵소추 역풍’에 의견 분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정치 구호일까, 다가올 미래일까. 거야(巨野)의 두 축인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이 질문 앞에 다른 답을 내놓은 모습이다.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에 집중하며 탄핵과 거리를 두는 사이, 혁신당은 '윤 대통령 탄핵 추진'을 공식화했다. 혁신당은 조만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초안을 공개할 방침이다.
혁신당은 민주당의 탑승 여부와 상관없이 '탄핵 열차'를 출발시키겠다는 각오다. 조국 대표가 그 운전대를 잡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탄핵 소추가 가져올 파장과 이후 이재명‧조국이 받아들 손익계산서를 두고 정치권 내 의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조국 '탄핵 올인'…"11월 중 쏴 올릴 수도"
30일 취재를 종합하면, 혁신당은 최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초안을 작성한 뒤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빠르면 차주에도 공개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황운하 원내대표도 다음달 9일 전후 탄핵소추안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소추안 작성에는 율사 출신인 조국 대표가 직접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연 당대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당내 법률가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작성하고 있다"며 "조만간 초안이라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혁신당이 마련한 탄핵소추안과 '박근혜 탄핵소추안'이 유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당시 야 3당은 모두 헌법 위반을 탄핵소추의 주요 사유로 적시했다. 민주공화국과 국민주권 원리 부정(헌법 1조 1항), 직업공무원제도의 파괴(제7조 2항), 민주주의 원리 및 민주공화국 가치 파괴(헌법 24조와 67조) 등이다. '국정 농단을 허용, 조장, 방치해 국가 권력을 사익을 추구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대통령으로서 헌법 수호의 의무를 지키지 않고 국민주권주의와 대의민주주의를 파괴했다'는 게 주 내용이었다.
조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협조 없이 혁신당 홀로 탄핵소추안을 작성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대표는 이것이 민주당과 혁신당, 이재명과 조국의 '큰 차이'를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이어 2026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한 번 민주당과의 일전을 예고했다.
그는 "2016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 첫날도 민주당 지도부는 오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혁신당이 흐름을 잡아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최근 본인을 '보수에 가까운 실용주의자'라고 말한 바 있는데 우리는 다르다"며 "16만 당원과 함께 민주당과는 다른 길을 가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당 지지율도 조직 정비가 끝난 시점에 15% 정도를 목표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 타깃은 김건희? 이재명은 '먹사니즘' 집중
12석을 보유한 혁신당이 실제 탄핵소추에 나서려면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경우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인 150명 이상이 발의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혁신당은 일단 탄핵소추안 초안을 공개한 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호응을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은 혁신당의 탄핵소추 예고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우선 '김건희 특검법'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다음달 2일 서울역 앞에서 '김건희 국정농단 규탄 범국민대회'를 열기로 했다. 강득구 의원 등 민주당 일부 의원이 '윤석열 탄핵 준비 의원연대' 모임에 가입했으나, 당 지도부는 의원의 개별적인 행동이라는 입장이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혁신당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계획과 관련해 "민주당은 지금 탄핵과 관련해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며 "탄핵은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조 대표가 탄핵소추라는 '전면전'을 준비하는 사이, 이 대표는 여야 대표 회담을 요구하는 등 '휴전' 혹은 '국지전'을 택한 모습이다. 이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민생 현장이 너무 어렵다. 정치적 현안들도 쌓여있지 않나"라며 "여야 대표들이 만나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조 대표 '탄핵 발언'에 대해서도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탄핵 열차'에 탑승하기보다는 본인이 강조한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날도 이 대표는 보수계 원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회동한데 이어, '민주당‧소상공인‧자영업자' 민생경제 간담회를 개최했다. 그는 해당 간담회를 통해 민생 회복 등을 약속했다.
'민주 집토끼' 움직일까…野일각 '역풍' 우려도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최소한 당분간은 '대통령 탄핵 소추'라는 높은 리스크(risk‧위협)를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대표는 총선에서 압승하고, 재보궐선거에서 '안방 호남'을 지키며 당내 리더십이 공고해졌다. 정부 지지율이 침체한 가운데, 다수의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대권주자 1위'라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집토끼'를 이미 잡은 상황에서 이 대표가 '탄핵 역풍'을 감내할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검사 탄핵은 실패했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도 실패하지 않았나"라며 "만약 노무현 대통령처럼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하면 대통령은 완전히 살아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재보궐선거에서 패한 뒤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조 대표는 상황이 다르다. 향후 전통 지지층인 '집토끼'마저 떠날 시 '제2의 국민의당', '제2의 자민련'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하면서 '반윤(反윤석열) 민심'을 흡수, 이를 동력삼아 전국 단위 선거에서 다시금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게 혁신당의 구상이다.
혁신당 한 관계자는 "호남 '바닥 민심'을 살펴보면 민주당에 실망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총선에서 표를 몰아줬는데 윤석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혁신당이 그 성난 민심을 대변하는 대안 정당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혁신당 내부에서도 탄핵 추진 속도와 관련해선 일부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추가 기각되거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혁신당에 힘을 싣지 않을 시 '역풍'이 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탄핵소추안 초안 공개 시점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도부 일각에서 탄핵 소추가 구호에 머물지 않고 실현되기 위해선 치밀한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해 김보협 혁신당 대변인은 "오늘 비공개 회의에서 탄핵소추안 초안 공개 시점에 대해 논의가 있었다"며 "최근 '명태균 게이트'의 새로운 증언이 계속 나오고 있어 사실관계를 밝혀야 하는 시점인데 자칫 우리의 초안 공개가 법리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당 내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 회의 결과) 반드시 임기 반환점이 아니라 11월 중이 될 수도 있으며 일단 열어두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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