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재계11위, 신세계 26위…각자도생 시동

신세계그룹 계열분리 공식화
1970년후 출생 女기업인중
정유경, 첫 대기업 회장 올라
삼성家 딸이 물려받은
신세계百 다시 딸에게로

신세계그룹이 30일 계열 분리를 공식화한 만큼 10년 넘게 이어져온 '한 지붕 두 가족' 체제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이로써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이번에 승진한 정유경 (주)신세계 회장 남매는 실질적인 '독자 경영'의 길을 가게 됐다.

현재 자산 규모가 62조원인 신세계그룹은 재계 순위(농협 제외) 10위에 올라 있다. 계열 분리가 마무리되면 이마트(43조원)는 재계 11위로 순위가 한 계단 내려간다. 백화점 중심의 신세계(19조원)는 재계 순위 26위에 오른다. 그간 신세계그룹의 행보를 고려하면 이번 계열 분리 선언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 실제 이마트와 신세계는 재무, 인사, 영업에 서로 관여하지 않는 독자 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다.

2020년에는 정용진·정유경 회장 남매의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신세계 지분 8.2%씩을 두 사람에게 증여했다. 이에 따라 정용진·정유경 회장은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주식 18.5%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2021년 에는 정용진 회장이 보유하던 광주신세계 지분 52.1%를 신세계에 양도하며 지분 정리를 사실상 마쳤다.

현재 이마트와 신세계가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한 업체는 SSG닷컴(쓱닷컴)이 유일하다. 이마트가 45.6%, 신세계가 24.4%를 갖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거의 지분 정리가 돼 있고 SSG닷컴 지분이 남아 있지만, 이 정도는 시급하지 않아 보인다"면서 "상당히 오래전부터 계열 분리를 준비해왔으며 앞으로는 본격 각자 부문에서 성과를 내는 선의의 경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 분리 후 이마트그룹은 이마트와 스타필드, 스타벅스, 조선호텔, 신세계푸드 등을 거느리게 된다.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과 면세점, 프리미엄아울렛,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을 아우른다.

이번 인사로 승진한 정유경 회장의 경영 행보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유경 회장은 특히 1970년 이후 출생한 여성 기업인 중 최초로 대기업 회장 자리를 꿰차게 됐다.

2015년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신세계백화점 매출을 높이고 브랜드를 강화하는 등 백화점 본업의 경쟁력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소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 임직원에게 "경영 실적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조직의 역량을 집결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특히 압도적 지역 1번점을 세우는 '랜드마크 전략'에 대해선 신세계백화점이 크게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이 나온다. 신세계 강남점, 센텀시티, 대구, 대전, 광주를 중심으로 해당 상권 대표 백화점을 키우고,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주요 신사업에 투자해 2016년 대비 백화점부문 전 계열사 매출 규모는 2배, 손익은 2배 성장했다.

한편 신세계그룹의 실제 계열 분리는 앞으로 최소 2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법적으로 계열 분리를 하려면 우선 해당 기업이 친족독립경영을 신청한 뒤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선희 기자 / 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