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전투 능력 부실…바그너 죄수용병처럼 이용당할 것"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문가영 기자(moon31@mk.co.kr) 2024. 10. 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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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외교라인' 존 설리번 前 주러 미국대사 인터뷰
존 설리번 전 주러시아 미국대사가 30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를 방문해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 北 러시아 파병 파장 ◆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바그너그룹의 '죄수 용병'처럼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당시 핵심 외교·안보라인을 구성했던 존 설리번 전 주러시아 미국대사는 30일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면서 러시아를 위해 싸우는 북한군이 처절한 최후를 맞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설리번 전 대사는 "러시아와 북한은 합동 군사훈련을 한 적이 없다"면서 북한군의 전투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러시아는 정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병력 부족 현상을 겪자 바그너그룹 용병에 범죄자들을 투입했다. 범죄자들은 6개월간 복무하면 사면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리번 전 대사는 "바그너 죄수 용병들은 최전선에서 잔인하게 운용됐다"며 "그들 중 많은 수가 전쟁에서 참혹하게 사망했다"고 말했다.

설리번 전 대사는 북한이 파병한 대가로 러시아에서 핵·미사일 기술을 제공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이 과정에서 러시아는 중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 발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러시아가 단지 현금으로 보상하는 것 외에 북한을 실제로 무장시키는 데에는 제한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의 포탄이나 군사 1만명보다 중국의 정치·경제적 지원에 훨씬 더 의존하고 있다"며 "푸틴이 가장 중요한 동맹인 중국을 소외시키지 않는 선에서 북한에 얼마만큼 주려 할지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설리번 전 대사는 북·러 간 군사 밀월을 중국이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해 "확신은 없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볼 때 달가워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설리번 전 대사는 미국의 지원 여부와 무관하게 전쟁이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우크라이나는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고 푸틴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포기할 생각이 없는 만큼 전쟁 상황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설리번 전 대사는 "전투가 잠시 중단되거나 휴전될 가능성은 있지만 공식적인 종전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리번 전 대사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러시아에 대항하지 않는 것은 러시아의 추가적인 군사 확장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려는 시도에 스스로를 노출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설리번 전 대사는 최근 치러진 조지아와 몰도바 선거 결과를 러시아가 민주주의를 공격한 예로 들었다. 그는 "몰도바에서는 러시아가 선거에 개입해 친서방 성향의 현 대통령이 과반을 얻지 못해 결선 선거를 치르게 됐고, 조지아에서는 러시아의 막대한 현금 살포로 친러 성향인 현 집권 여당이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책과 관련해 그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물질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러시아가 북한군 파병으로 유럽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상쇄할 만한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세계 안보는 물론 러시아의 침략에 반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추가 견제로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설리번 전 대사는 "러시아가 새로운 동맹국인 북한과 함께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하면 한국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러시아와 중국, 이란, 북한이 서로 협력하는 현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정말 모래에 머리를 박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가 닥쳐오는데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회피하려는 행태를 보이는 타조의 모습에 비유한 셈이다. 러시아와 직접 대결하는 데 따른 확전을 피하기 위해 절제해온 우크라이나 지원책을 더 강경하게 바꿔야 한다는 필요성이 서방 진영에서도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설리번 전 대사가 한국 정부에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이다.

한편 설리번 전 대사는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해 재집권하면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5일 자신이 재임하고 있다면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용(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100억달러(약 13조원)를 지불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는 한국이 2026년 이후 부담할 액수의 9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현재 설리번 전 대사는 유서 깊은 미국 로펌 메이어브라운 소속 변호사로서 미국 외교·안보정책이 글로벌 교역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조언하고 있다.

존 설리번 前 대사는

△1981년 브라운대 역사정치학 학사 △1985년 컬럼비아대 로스쿨 졸업 △2008년 3월~2009년 1월 미 상무부 부장관 △2017년 5월~2019년 12월 미 국무부 부장관 △2020년 2월~2022년 9월 주러시아 미국대사

[김덕식 기자 /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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