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2’ 유아인 대타 김성철 “양조위가 왔어도 비교당했을 걸요?”
‘같은 인물, 다른 배우’ 안팎의 우려
공허함 가득한 연기로 말끔히 해소
누군가의 빈자리를 채우기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비교는 필수요, ‘잘해야 본전’일 때도 많다. 하물며 이미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의 핵심 인물을 다음 시즌 다른 배우가 연기해야 한다면?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시즌 2에 배우 김성철(33)이 합류했을 때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 것은 그래서다. 김성철은 마약 투약 혐의로 하차한 배우 유아인을 대신해 극 중 사아비교 새진리회의 교주 정진수 역을 맡았다. 시작부터 ‘같은 인물, 다른 배우’라는 무거운 숙제를 안고 들어간 셈이다.
그러나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베일을 벗은 <지옥 2>에서 김성철은 자신을 둘러싼 우려들을 말끔히 날려버린다. “비교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누가 했어도 마찬가지였을 걸요? 티모시 샬라메가 와도, 양조위가 와도 비교당했을 거예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성철이 웃으며 말했다.
<지옥>은 지옥에서 온 사자들이 갑자기 인간 세상에 출몰하고,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동명의 웹툰을 기반으로 스토리 집필과 연출을 맡았다.
혼란 속 득세한 새진리교 의장 정진수는 시즌 1 말미 지옥행을 ‘고지받은 자’였음이 드러난다. 결국 지옥으로 끌려갔지만 시즌 2에서 부활해 세상으로 돌아온다. 8년간 지옥을 경험한 정진수는 전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 되어 있다. 눈빛은 텅 비어있고, 온몸으로 고통을 뿜어낸다. 김성철은 ‘공허함’이야말로 돌아온 정진수의 핵심이라고 봤다.
“저는 정진수가 ‘해체되어 있는 인물’이라 생각했어요. 억겁의 시간 동안 끊임없이 사지가 절단되는 경험을 하고 돌아오면 제정신일 수가 없거든요. 공허한 눈빛은 정진수의 가장 중요한 모습이었습니다.”
우려의 목소리를 모르지 않았지만 김성철의 선택의 이유는 단순했다. 정진수라는 인물의 매력 때문이다. “정진수는 쉽게 말하면 사이비 교주지만, 종교가 지배하는 세상에선 엄청난 통치자잖아요. 마치 교황처럼요. 말 한마디로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라니 정말 매력적이죠.”
<지옥 2>에서 부활한 정진수는 세상을 한껏 혼란에 빠뜨린 뒤 지옥 사자에게 잡아먹히는 결말을 맞는다. 결말을 두고 여러 해석이 오간다. 이에 대해 김성철은 자신만의 해석을 내놨다.
“정진수는 자기 안의 고통과 공포를 이기지 못해 지옥 사자에게 잡아먹혔다고 생각해요. 정진수는 이 세계를 디스토피아로 만든 장본인이고, 교리로 사람들을 타락시켰어요. 사람들을 이용하다 지옥에 끌려갔던 사람이 또다시 이용하다 끌려간 셈입니다. 참 나쁘죠.”(웃음)
2014년 뮤지컬 <사춘기>로 데뷔한 김성철은 현재 뮤지컬과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어느 때보다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22년 영화 <올빼미>에서 보여준 소현세자 연기로 명실상부한 주연 배우로 자리 잡았고, 최근엔 20주년을 맞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지킬/하이드’ 역을 꿰찼다.
그는 이제서야 비로소 ‘백지’ 같은 배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특정한 ‘이미지’를 갖는 게 먼저였던 신인 시절엔 실현하기 어려웠던 꿈이다. “누가 써줘야 백지에 뭘 쓰잖아요. 펜도 없는데 뭘 쓰겠어요. 하지만 이제 저에게도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났으니 지금까지 못 본 얼굴을 보여드리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번엔 또 뭘 했어?’하고 궁금해지는 배우가 오래오래 살아남지 않을까요?”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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