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김진태가 ‘생명의 은인’이라더라···사모 그래갖고 내가 해결”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인물 명태균씨가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어렵게 강원도지사 공천을 받은 김진태 강원도지사를 두고 “김진태(지사가) 나 보고 ‘주무시면 안 돼요’ 막 이래가 막 사모님 그래가 밤 12시 반에 내가 해결했잖아”라고 말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김 지사 공천에 자신이 김건희 여사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지사의 공천에 대해 ‘여사가 싫어하는데 어떻게 연결해주느냐’는 취지로 반박했던 것과 배치된다. 김 지사 측은 “공천 개입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2022년 4월18일 오후 9시57분 명씨와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강혜경씨와의 통화 녹취를 보면 명씨는 “아이고, 김진태는 그거 내가 살린 거야”라며 “어제 김진태(한테) OOO씨 아는 분이 갔는데 내 얘기하니까 ‘그분이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 벌떡 일어나 손잡고 막 흔들더래요”라고 말했다. 명씨는 그러면서 “참내 아니 어제 잠도 못 잤다”며 “김진태(지사가) 나 보고 ‘주무시면 안 돼요. 주무시면 안 돼요’ 막 이래가, 막 사모님 그래가 밤 12시 반에 내가 해결했잖아”라고 말했다.
명씨는 또 “강원도 가서 이제 밥을 굶는다는 건 없을 것 같다”며 “(김 지사는 나한테) 고맙지 도와줬는데. 당선되면 보통 사람들은 가서 고맙지. 도와준 보람이 있잖아”라고 말했다.
명씨가 대화를 나눈 4월18일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강원지사 후보로 황상무 전 KBS 앵커를 결정했던 것을 번복한 날이다. 당시 김행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황 전 앵커와 김 지사의 경선을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황 전 앵커 공천에 반발하며 국회에서 단식 투쟁을 실시했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인용해 “김 지사가 명씨 도움으로 김 여사를 찾아가 ‘충성맹세’를 했고, 이를 계기로 경선 기회를 얻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명씨의 녹취는 지난 25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한 주장과 배치된다. 당시 명씨는 기자와 만나 “김 지사와 내가 친한 사람도 아니고 김영선 의원 때문에 커피 한 잔 먹고, 이준석 (대표) 전당대회 할 때 ‘이준석이 좀 도와주세요’ 그 한마디 한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청문회 때 (김 지사가) ‘와이프(김 여사) 성적인가 졸업증인가 갖고 막 (종이를) 찢었지 않나”라며 “그러면 여사, 대통령은 더 싫어하겠지. 근데 여사한테 가서 저거(연결) 해달라고?”라고 반문했다.
김 지사 측 관계자는 “일관되게 밝혔듯이 공천 개입 의혹은 일체 사실무근”이라며 “최근 명씨도 언론 인터뷰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명백히 부인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명씨가 대선 직전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영남지역 예비후보들에게 공천을 약속하며 돈을 받아 윤 대통령을 위한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녹취에서 드러났다. 명씨는 “이OO이나 좀 당선 좀 시켜야 되는데”라고 말했다. 이모씨는 대선 열흘 전인 2022년 2월28일 명씨가 강씨에게 선거일까지 매일 대선 여론조사를 하라고 지시하며 “돈은 모자라면 A이고, B이고, C한테 받아오면 된다. 돈 달라 해야지”라고 한 세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이씨는 그해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의 국민의힘 경북·경남 예비후보 등록자였다.
명씨는 이씨를 제외한 세 인물 중 한 사람을 언급하며 “배OO이는 자기가 뭐 하고 있다. 자기가 자신 있게 된다고 이야기하는데 너무 위에서 누르니까 반발이 생겨 갖고”라며 “하여튼 뭐 정리하겠지”라고 말했다.
명씨가 김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덕에 당선됐으므로 국회부의장 출마도 윤 대통령 부부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확인됐다. 그는 2022년 7월1일 강씨에게 “내가 하는 말 김영선 잘 전해”라며 “사람들이 국회 부의장 나가느냐 물어보면 그거는 고민하고 있다고 하라. 언제 나가야 돼? 그러면 김영선은 대통령하고 사모 오더가 있어야 나가”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 사람은 대통령이 만든 거잖아”라며 “절대 나가거나 행동하는 거는 대통령이나 사모님 오더가 없으면 나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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