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유상증자는 합법… 투자자 피해 최소화 목적”
MBK파트너스·영풍 “자본시장·주주 경시하는 처사”
기업 경영권을 두고 MBK파트너스(MBK)·영풍 연합과 혈투를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이 2조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가운데 MBK·영풍 측은 배임과 법적 수단을 언급하며 “시장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소유 구조의 분산과 국민 감사를 통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상장 폐지 및 주가 변동으로 인한 주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법한 절차를 통한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30일 고려아연은 이사회를 통해 적대적 M&A로 인한 시장의 변동성과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전 고려아연은 임시 이사회를 열고, 약 373만주(지분율 약 20%)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증자 방식은 일반공모로, 모집된 주식의 20%는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된다. 유상증자 주당 발행가격은 청약이 진행되는 오는 12월 초 기준 주가에서 30% 할인된 금액으로 정해진다. 예상 가격은 67만원이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를 통해 최소 4% 이상(우리사주조합 물량)의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영풍과 MBK도 일반공모에 참여할 수 있지만, 한 청약자당 최대 3%로 제한된다. 시장에서는 유상증자가 MBK·영풍 연합의 지분 희석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법조계는 이번 일반공모 유상증자가 MBK와 영풍이 주장하는 배임 주장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증자는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명확히 규정된 조항에 따라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MBK와 영풍 측은 이번 유상증자가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결정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자본시장법(제165조의6)에 따르면 주권 상장 법인이 일반공모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경영상 목적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반공모 증자의 적법성과 관련하여 목적 여부는 판단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번 일반공모 유상증자는 MBK와 영풍이 적대적 M&A를 통해 초래한 주가 급변동성과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조치라는 게 고려아연 측 설명이다.
또한 고려아연은 국가 기간 산업으로서 상장 폐지와 같은 주주 피해를 방지하고, 재무 건전성을 높여 미래 신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고려아연의 주가는 지나친 주가 급변동으로 인해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MBK와 영풍 측의 공개 매수에 이어 고려아연의 대항 공개 매수로 유동 주식이 크게 줄어들면서 상장 폐지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MSCI Korea 지수에 포함된 98개 한국 기업 중 하나로, 이번 적대적 M&A로 인해 결격 사유가 발생할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만약 해당 지수에서 제외된다면, 이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패시브 자금의 유출로 인한 급격한 주가 변동이 우려된다.
고려아연은 이번 유상증자에서 우리사주조합에 공모 물량의 20%를 우선 배정하는 것도 관련 법령을 준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법령(제165조의7 제1항 본문 및 동법 시행령 제176조의9 제1항)에서는 유가증권시장 주권상장 법인이 주식을 모집하거나 매출하는 경우 우리사주조합원에게 주식 총수의 20%를 배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합원의 의결권은 관련 법령에 따라 개인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행사되어야 하는 권리이다.
또한, 특별관계자 합산 3%로 청약 물량을 제한하는 것도 과거 상장 기업의 일반공모 증자 과정에서 다수 사례가 존재하는 합법적인 사안이라고 고려아연은 설명했다. 자본시장법에서는 일반공모 증자 시 1인당 청약 물량을 제한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지 않으며, 이는 모든 주주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상법과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에 의거해 합법적으로 진행되는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대해 MBK·영풍 연합이 왜곡된 주장을 지속하고 시장을 교란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명확히 밝혔다.
MBK·영풍은 고려아연의 이번 유상증자 결정에 대해 “주주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법적 대응에 나설 뜻을 나타냈다. 영풍과 MBK는 “최윤범 회장이 자리보전을 위해 기존 주주와 시장질서를 유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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