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정부, AI·전자인증서 활용 식품 공급망 협력 강화해야” [2024 세계아세안포럼]

권이선 2024. 10. 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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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2- 韓·比 식량위기 대응 방안
교역 디지털화, 공급망 투명·추적성 ↑
양국 이해관계자간 원만한 소통 가능
절차 간소화 통한 시장 접근성 향상도
比 “인프라 구축위해 韓기술 수용해야”
농촌고령화 등 국내 과제해결 전망 속
수입국 확장 기대… “데이터 표준화 시급”
한국과 필리핀이 국제적 식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양국 정부 차원에서 빅데이터 중앙화와 인공지능(AI)·전자인증서 활용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양국 무역구조를 디지털화해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열띤 토론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필리핀 경제 및 식량안보 협력 증진 방안’을 주제로 세계일보 주최 ‘2024 세계아세안포럼’이 열린 가운데, 토론 패널로 참석한 주동필 한국무역협회 FTA(자유무역협정)활용정책실장(왼쪽 두 번째)이 자동차 산업과 원전 분야 등에서의 양국 간 협력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 세계아세안포럼’ 두 번째 세션에서 ‘한·필리핀 식품 공급망 강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식량 위기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발표자로 나선 크세르크세스 R 레모로조 필리핀 농업부 정보소통국장은 “양국 교역에서 디지털화는 공급망의 투명성과 추적성을 강화하고 양국 여러 이해관계자 간 소통을 강화할 수 있다”며 “여러 절차를 간소화하고 협력을 강화하고, 농업 시장의 접근성을 향상하기 위해 공급망 디지털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레모로조 국장은 “농업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중앙화된 데이터를 활용해 AI를 통해 작황, 어획량, 시장 수요 등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스마트 온실 등을 농업에서 활용해 식품 추적·작물관리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다”며 “이는 양국의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투명성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크세르크세스 R. 레모로조 필리핀 농림부 정보소통기술국장이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세계일보 주최, 한-필리핀 경제 및 식량안보 협력증진 방안을 주제로 열린 2024 세계아세안포럼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한-필리핀 식량 공급망 강화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이어 “현재 필리핀에서 조성한 생산자·농업 기업 등을 소비자와 직접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과 전자인증제도를 한국과의 협력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이를 통해 여러 절차를 더 간소화하는 한편 사기나 위조 가능성을 현저히 줄일 수 있고, 한국과 협력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제언했다.

양국의 공급망 디지털화를 위해서는 기술력을 갖춘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레모로조 국장은 “지금까지 많은 국가와 협력을 통해 얻은 교훈들이 있다. 예산의 한계나 디지털 문해력의 부족이라는 장애물이 있고, 양국이 농업을 바라보는 역학이나 문화 차이 등도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레모로조 국장은 “탄탄한 인프라를 필리핀에 구축하기 위해서는 한국 기술을 받아들이고, 농기술 지식공유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특히 정부 간 정기적 소통과 모니터링과 평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농업 비즈니스 관행을 촉진하고 여러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세계일보 주최, 한-필리핀 경제 및 식량안보 협력증진 방안을 주제로 열린 2024 세계아세안포럼에서 참석자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최상수 기자
토론 패널로 참석한 유은하 농촌진흥청 국외농업기술과장은 필리핀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기후변화, 농촌 고령화 등 한국이 마주한 농업 분야의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농촌진흥청은 필리핀 농업의 경쟁력 제고와 소농의 소득향상을 위해 2010년부터 필리핀 농업부, 식물산업청 등과 함께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코피아)을 추진해왔다.
유 과장은 “15년 동안 필리핀과 같이 오랫동안 코피아 프로그램을 통해 협력했는데 그간의 성과를 기반으로 기후변화 위기 시대에 안정적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길 바라고 있다”며 “필리핀과의 협력 사업은 한국의 기후변화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세계일보 주최로 열린 '2024 세계아세안포럼'에서 유은하 농촌진흥청 국외농업기술과장이 토론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유 과장은 “미래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한 스마트농업 보급을 확대하고, 데이터 수집, 활용 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며 “비용은 낮추고 생산성은 높이는 AI 모델을 개발해 기후변화, 인력 부족 등 한국 농업의 도전적 상황에 대응하는 한편, 필리핀과의 농업기술 협력을 통해 양 국가의 경험을 적극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특히 최근 채소 시설 재배 시범마을 사업의 성과가 보다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해 스마트 농업기술이 접목될 수 있도록 식량, 원예, 축산, 환경 분야에 맞는 기술들을 필리핀 맞춤형으로 개발해 보급하고, 스마트농업 시설과 노지에 맞는 개별 기술을 적극 개발해 적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남경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데이터 공유와 기술협력 등 디지털화를 통해 양국이 농업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 부연구위원은 식량 안보를 위한 협력을 강조하며 “필리핀은 옥수수 생산량과 면적이 크다”며 “사료용 옥수수의 경우 전략적 수출작물로 육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과 협력을 통해 최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수입 변동성 증가에 대응해 수입국을 다변화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남 부연구위원은 또한 “양국이 협의를 통해 데이터 표준화에 나서야 한다”며 “한국과 필리핀의 지리적·기후적 차이로 인해 생산되는 농산물이 큰 차이를 보임에도 쌀, 축산물 등에서 한국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권이선·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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