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노출로 산재 발생한 삼성전자, 노동부에 축소 보고 정황
삼성전자 “사건 축소하려는 의도 아니었다”
삼성전자가 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산업재해 경위·원인을 고용노동부에 축소 보고한 정황이 확인됐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30일 “지난 6월5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사고를 당한 A씨 진단서에는 분명히 ‘화학 화상’이라고 적혀 있는데도 회사는 산재조사표에 ‘중성화가 완료된 응축수 접촉’이라고 표기해 사고를 은폐·축소하려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A씨는 사고 당시 화성사업장에서 협력업체의 유휴설비 철거 작업을 감독하던 중 화학물질에 노출돼 전치 3주의 화상을 입었다. 철거 전 배관에 있던 화학물질 독성을 없애는 중성화가 진행됐지만 중성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탓에 산재가 발생한 것이다. A씨는 “안면과 목에 직접 접촉이 있었다. 시큼한 냄새가 났고 바로 따가움을 느꼈다. 일반적 응축수가 아니고 질산과 같은 산성 물질이었다”고 말했다.
회사는 지난 6월7일 사고 원인·대책을 논의하는 복기회의에서 “중성화 부족”을 사고원인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나흘 뒤 열린 2차 복기회의에선 “중성화 뒤 4개월이 경과했으나 중성화 재인증에 대한 인식 부족” “배관 내 잔류 응축수 제거를 위해 배관을 터는 불완전한 행동” 등의 내용으로 사고원인이 바뀌었다. 노동자 부주의를 사고원인으로 지목한 셈이다.
회사는 지난 6월20일 경기지방노동청에 제출한 산재조사표에서 재해 발생 당시 상황을 “설비 철거 작업 감독 중 중성화 완료된 배관 내 응축수 접촉”이라고 설명했다. A씨가 중성화 부족으로 화학물질에 노출돼 재해를 당했다는 점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재해 발생 원인에 대해선 “철거 작업자 부주의”라고 적었다.
삼성전자는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른 화학사고 즉시 신고도 하지 않았다. A씨가 문제제기를 하자 사고 발생 4개월이 지난 지난 8일에서야 한강유역환경청에 신고를 했다.
노조는 “중성화 부족이라는 근본 원인을 산재조사표에 적지 않고 사고를 은폐·축소하려 한 점, 명백한 화학 사고인데도 환경청에 신고하지 않은 점은 회사가 안전보다 책임 회피와 이미지 보호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재해자는 공황증세를 호소하며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조 주장처럼 사고를 축소·은폐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산재조사표상 ‘응축수’라는 표현을 ‘화학물질’로 수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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