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불복 선동' 현장 간 해리스 "자유냐 혼란이냐의 선택"
"트럼프 美 분열시키려 하지만, 美는 그런 곳이 아니다"
동맹 중시 외교 정책도 확인···"美 리더십 포기 안할 것"
트럼프 '이민 문제' 집중 부각 "해리스는 결격 사유"
2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백악관 앞에 있는 일립스 공원 주변은 이른 오후부터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연설을 듣기 위해 모인 지지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워싱턴DC의 중심가인 ‘컨스티튜션 애비뉴’ 근처는 교통이 전면 통제됐으며 행사장 주변으로는 높은 펜스가 설치됐고 경찰 병력이 곳곳에 배치됐다. 해리스 지지자들은 선거 유세송을 따라 부르거나 처음 만난 해리스 지지자들과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흑인 여성인 테이나 씨는 “아무리 힘들어도 페이지를 넘겨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내가 그 과정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 몹시 흥분된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최후 변론’이라 이름 붙인 연설을 통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다시 들어와서는 안 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해리스가 이날 선택한 장소는 지난 선거에서 패한 트럼프가 불복 선동 연설을 했던 곳이다. 당시 “지옥처럼 싸우라”는 트럼프의 선동은 극성 지지자들이 의회의사당을 습격한 1·6 사태를 부채질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해리스는 “우리는 트럼프가 누구인지 안다. 그는 4년 전 바로 이곳에서 무장한 군중을 미국 의회의사당으로 보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나타난 국민의 의지를 뒤집으려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10년 동안 미국인들을 분열시키고 서로를 두려워하게 하려고 노력했다”면서 “그것이 그가 하는 일이지만 나는 오늘 밤 미국은, 그리고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한다”고 역설했다.
워싱턴DC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92%를 득표할 정도로 민주당 지지세가 절대적인 곳으로 꼽힌다. 대선을 불과 1주일 앞두고 선거 결과에 전혀 변수가 되지 않는 이곳에서 해리스가 연설한 것은 이번 선거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과 맞서는 역사적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날 모인 7만여 명의 군중 앞에서 그는 “이번 대선은 모든 미국인을 위한 자유에 뿌리내린 나라냐, 혼란과 분열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냐 사이의 선택”이라고 호소했다. 지지자들은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페이지를 넘길 것이다” 등의 열띤 구호로 해리스의 연설에 화답했다.
해리스는 이날 외교정책과 관련해서도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을 포기하지 않고 강화할 것이며 동맹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의 차별성을 확실히 한 것이다. 그는 “전 세계 지도자들은 트럼프가 아첨과 호의로 쉽게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러분들은 (블라디미르) 푸틴과 김정은이 이번 선거에서 그를 응원한다고 믿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날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트럼프는 이민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그는 불법 체류자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12세 소녀 어머니의 호소를 담은 영상을 가리키며 “미국 국경에 대한 해리스의 잔인하고 비도덕적인 행동은 대선 출마 결격 사유”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의 행정부는 범죄 조직과 마약 카르텔의 자산을 압류해 이민자 범죄의 피해자를 돕기 위한 기금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또 진보 진영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27일 뉴욕의 막말 유세를 거론하며 “나보다 푸에르토리코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한 대통령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당시 유세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한 코미디언이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에 대해 “바다 위의 쓰레기 섬”이라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미 대선의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 47만 명의 푸에르토리코 출신 미국인이 거주하는 가운데 트럼프 측의 막말이 대선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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