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월드컵 독점중계, 정말 '보편적 시청권' 침해할까
JTBC 국제경기 독점 잇따르자 지상파 방송사들 거세게 반발
방송법상 '보편적 시청권' 침해하진 않지만 소외되는 시청층은 존재
경영난 처한 JTBC, 지상파에 중계권 재판매 가능성도 배제 못해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중앙일보와 JTBC가 속한 중앙그룹이 올림픽에 이어 월드컵 중계권을 독점 확보했다. 지상파 이외의 채널에서 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한 첫 사례로 지상파 측에선 '보편적 시청권 훼손'과 '국부유출'을 문제 삼아 방송업계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JTBC “게임체인저” 지상파 “국부유출·보편적 시청권 훼손”
중앙그룹은 지난 29일 2026년과 2030년 월드컵의 한국 독점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중앙그룹은 올림픽 중계권도 독점으로 확보해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을 모두 중앙그룹이 독점한다.
중앙그룹은 “방송 생태계에 변화를 꾀할 게임체인저로 떠오르게 됐다”며 “국내 스포츠 중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국제 스포츠계에서 확고한 위상을 갖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다년간 FIFA와 IOC의 한국 파트너로 동시에 선정될 만큼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며 “파트너사들과 함께 만반의 준비를 다할 계획”이라고 했다.
반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상파 방송사를 회원사로 둔 한국방송협회는 30일 성명을 통해 “JTBC의 월드컵 중계권 독점은 '보편적 시청권'에 관한 방송법의 정신과 도입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송협회는 “JTBC는 방송3사의 참여 제의를 거부하고 거액의 중계권료로 단독 입찰해 향후 4회의 올림픽 중계권을 독점 계약한데 이어, 이번 월드컵 중계권까지 단독으로 확보하는 등 국가적 공동협상 틀을 무너뜨리고 불필요한 국부 유출을 야기했다”고 했다.
정말 '보편적 시청권' 침해하나
방송법은 '보편적 시청권'을 국민적 관심사가 있는 행사를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권리로 규정하며 가시청 범위 90% 이상을 기준으로 두고 있다.
사람들이 TV방송을 보는 경로는 두가지다. 첫째, 안테나를 직접 설치해 지상파를 수신하는 방법. 둘째, IPTV, 케이블, 위성방송을 통해 유료방송으로 보는 방법. 과거 아날로그 방송 시절에는 직접수신 인구가 많았지만 현재는 3%로 미만으로 추정된다. 절대다수의 국민이 '무료 서비스' 지상파를 보는 게 아니라 '유료방송'에 돈을 내고 지상파와 종편 등 여러 채널을 본다. JTBC 등 종편은 유료방송 의무송출채널로 지정돼 가시청가구 90% 조건을 충족한다. 즉,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하진 않는다.
다만 올림픽과 월드컵을 볼 수 없는 시청자가 발생한다는 점에선 논의가 필요하다.
2022년 국정감사에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편적 시청권' 도입 당시 취지는 '비용 없는 무료방송'을 전제한 개념이라며 '유료방송 시청가구'는 가시청가구 기준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재일 당시 의원은 “종편 등 유료방송 중심으로 시청행태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방통위가 법개정 없이 비용이 부과되는 유료방송 가입자까지 가시청가구로 해석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국부유출' 프레임 어떻게 봐야 하나
국내 중계권 확보 경쟁에 따라 비용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다. 주요 국제경기는 지상파 3사가 '코리안풀'을 형성한다. 단일창구로 공동 협상한 다음 3사가 비용을 나눠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국내 사업자 간 경쟁구도가 형성되지 않아 중계권 비용 상승 가능성이 낮다. 반면 또다른 사업자가 뛰어들어 경쟁에 나서는 순간 비용이 오를 가능성은 높다.
다만 '국부유출' 주장은 JTBC가 국가적 이익을 저해했다는 점을 부각하는데 이보다는 '중계권료가 대폭 높아져 방송사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 본질에 가깝다.
현재는 지상파3사의 '코리안풀'이 안착돼 방송협회가 JTBC를 비판하고 나섰지만 과거엔 여러차례 풀이 깨져 지상파 '내전'이 벌어졌다.
'코리안풀'이 깨진 사례로는 △1996년 KBS의 AFC아시안컵 중계권 단독계약 △1998년 MBC의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단독중계 △MBC의 2001~2004 메이저리그 중계권 독점계약 △2006년 SBS의 벤쿠버 올림픽 등 중계권 독점계약 △2010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중계 SBS 배제 등이 있다. 특히 SBS가 올림픽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2006년 8월 당시 KBS '뉴스9'은 “SBS 국익 외면한 독점중계”라고 비판했고, MBC '뉴스데스크'는 “국가적 손실 행위”라고 했다.
지상파에선 월드컵·올림픽 못 보나?… 관건은 '재판매'
중계권 독점이 곧 '독점 중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JTBC가 확보한 중계권은 '재판매' 권한이 포함돼 있어 지상파3사에 중계권을 되팔 수 있다. 지상파가 '재판매'에 응한다면 지상파에서도 월드컵, 올림픽을 볼 수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JTBC가 비싸게 재판매를 하려는 노림수가 있다고 본다. 방송협회는 “JTBC가 적자와 구조조정 등 어려운 경영상황 속에서 2회의 월드컵과 4회의 올림픽 중계권료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자신들이 상승시킨 중계권료의 부담을 재판매를 통해 지상파3사에 떠넘기고 어려운 경영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의도라면 국민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JTBC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이어갈 정도의 경영난에 처한 상황으로 '독점중계'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중계권료는 1000억~2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중계권을 포털 등에 판매해도 추가 수익을 내는 데 한계가 있어 결국 방송사 '재판매'를 외면하기 어렵다. 국제 스포츠경기의 특성상 한국팀의 '선전' 여부에 따라 수익에 큰 차이가 나는 변수도 있다.
동시간대 경기의 경우 JTBC가 소화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JTBC가 계열 채널이 많지만 JTBC 본 채널이 아닌 채널들은 가시청가구가 90% 미만이 될 수 있어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하게 된다.
중앙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재판매를 언급하진 않았으나 “다양한 사업자들과 협력도 전개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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