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의 태극마크, ‘가을 사나이’ 임찬규는 진지하다…“원래 원태인의 자리, 더 신중해야 한다”[스경x현장]

배재흥 기자 2024. 10. 3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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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규가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소집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고척|배재흥 기자



임찬규(31·LG)는 LG 더그아웃에서 누구보다 파이팅을 크게 외치는 선수다.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2023시즌 종료 후엔 목을 혹사한 여파로 성대 결절 수술까지 받았다. 유쾌하지만, 가볍진 않다. 늘 야구에 진심이라서 마운드에선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하다. 고액 연봉이든, 팬들의 사랑이든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겨울 LG와의 자유계약선수(FA) 협상도 그랬다.

지난 비시즌 FA로 풀린 임찬규는 4년 최대 50억원에 LG와 계약했다. 50억원 중 인센티브가 24억원에 달했다. 부진 혹은 부상으로 일정 수준 이상 성적을 내지 못하면 연봉이 크게 깎이는 형태의 계약서에 서명했다. FA 1년 차 임찬규는 올해 25경기(134이닝) 10승8패 1홀드 평균자책 3.83을 기록하며 가치를 증명했다. 허리 부상 여파로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LG의 믿음직한 국내 선발 카드로 모자람 없는 활약을 펼쳤다.

포스트시즌에선 ‘가을 사나이’로 이름을 날렸다. KT와 준플레이오프 2경기(11.1이닝)에 선발 등판해 2승 평균자책 1.59의 성적으로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삼성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5.1이닝 무실점 호투로 팀의 1-0 승리에 앞장섰다. 3차전은 LG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승리를 가져간 유일한 경기로 남았다. 이대로 사그라드는 듯했던 임찬규의 불꽃은 야구대표팀으로 이어졌다.

삼성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역투하는 임찬규. 연합뉴스



한국야구위원회(KBO)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29일 “부상으로 프리미어12 출전이 어려워진 원태인의 대체 선수로 임찬규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임찬규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이어 6년 만에 태극마크 유니폼을 입게 됐다. 최종 엔트리가 결정되진 않았지만, 임찬규는 원태인(삼성)뿐 아니라 손주영(LG)까지 부상으로 빠진 현 대표팀에서 선발 임무를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오랜만에 태극마크 유니폼을 입은 임찬규는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에 참여해 컨디션을 점검했다. 류중일 야구대표팀 감독은 “LG 감독 시절부터 좋아했던 선수”라며 지원군을 반겼다. 훈련 첫날 스케줄을 소화한 임찬규는 취재진과 만나 “처음 태극마크 유니폼을 입는 느낌이다. 그만큼 오랜 시간이 지났고, 지금은 대표팀에 동생들이 더 많다”며 “물론 실력은 동생들이 좋지만, (고)영표 형이랑 투수조 분위기를 밝게 이끌어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2024시즌 10승8패 평균자책 3.83으로 활약한 임찬규. LG 트윈스 제공



임찬규는 류 감독이 직접 전화를 걸어 제안한 대표팀 합류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수락했다. 야구 선수로서 명예로운 일이지만, 들뜨지 않고 신중하게 몸 상태부터 점검했다. 그는 “전화를 받을 당시 충남 홍성에서 유소년 야구 캠프에 참여 중이었다”며 “당일 오후 10시쯤 서울에 올라와 잠실구장에서 공을 던져봤다. 일주일 정도밖에 쉬지 않았지만, 몸에 문제가 있으면 바로 말씀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2024시즌 다승 공동 1위 원태인의 대체 선수로 대표팀에 들어간 임찬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그는 “감독님이 제게 어느 정도 기대하는지는 직접 들어보지 못해 잘 모르지만, 일단 최소 1경기는 꼭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원래 원태인 선수의 자리였기 때문에 더 무게감도 느꼈고, 신중하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임찬규가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대표팀 소집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고척|배재흥 기자



임찬규는 진지함 속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컨디션만 잘 올라오면 정규시즌 후반기와 가을야구에서 보여드린 기량을 프리미어12에서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MLB 서울시리즈 샌디에이고와 연습 경기에서도 결과가 좋았고, 국내 외국인 타자들과의 성적도 나쁘지 않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염경엽 감독님께서 ‘네 공을 처음 보면 쉽지는 않을 거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며 “다행히 2~3번씩 상대하는 게 아니니까 ‘생소함’으로 승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인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임찬규다운 출사표였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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