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 있겠니" 한 마디에…밤 10시에 잠실로 향한 임찬규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임찬규(31·LG 트윈스)는 대체 선수로 6년 만에 한국 야구대표팀에 승선하던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임찬규는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첫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서 "김태균 선배님과 충북에서 어린이 야구 교실을 하고 있을 때다. 류중일 감독님께서 전화로 '(원)태인이가 아픈 거 같아서 혹시 올 수 있겠니?'라고 물어보셔서 바로 된다고 했다. 감독님이 직접 전화주신 것만으로도 그냥 좋아서 앞뒤 없이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전화를 끊고 보니, 운동을 며칠 쉬어서 몸 상태가 어떤지 확실하게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임찬규는 프리미어12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 류중일 감독과 전화를 마친 뒤 곧바로 서울로 올라왔다.
그는 "서울 도착하니까 밤 10시쯤 됐다. 바로 잠실야구장 가서 공 던지고 체크했다. 만약 몸 상태가 안 좋으면 솔직하게 바로 말씀드려야 해서 그랬다. 다행히 체크해도 괜찮더라"고 설명했다.
원래 임찬규는 프리미어12 예비 엔트리에도 빠져 있었다.
그래서 대표팀에 승선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하다가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이 한국시리즈 도중 어깨를 다치자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한다.
임찬규가 태극마크를 다는 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6년 만이다.
임찬규는 "태극마크를 처음 다는 기분이다. 그만큼 오래됐다"며 "그때는 어린 나이였다면, 지금은 동생들이 더 많다. 실력은 동생들이 더 좋지만, 그래도 (고)영표(kt wiz) 형이랑 잘 이끌어서 투수 파트 분위기를 밝게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임찬규는 이제 한 경기를 책임져야 할 위치다.
임찬규는 "6년 전에는 마냥 들떴다면, 지금은 대표팀 전화 받자마자 침착하게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한다"면서 "이제는 한 경기를 책임져야 할 위치다. 원래 이 자리가 원태인 선수 자리 아닌가. 무게를 느낀다"고 했다.
자신감은 충분하다.
임찬규는 올해 가을야구에서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kt와 준플레이오프에서는 2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1.59를 거뒀고, 삼성과 플레이오프는 1경기에 선발 출전해 5⅓이닝 무실점으로 또 승리투수가 됐다.
"큰 경기에서 괜찮았다. 그래서 의심보다는 자신감으로 준비했다"는 임찬규의 말이 단순한 호언장담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임찬규가 가을야구에서 보여준 모습을 프리미어12 마운드에서도 재현하면, 한국 대표팀은 슈퍼 라운드(4강)가 열리는 일본 도쿄돔에 가까워진다.
임찬규는 "컨디션만 올라오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올해 서울시리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었고, KBO리그에서도 외국인 타자 상대로 성적이 나쁘지 않다. 좋은 기억만 가져가려고 한다"면서 "염경엽 감독님도 '네 공 처음 보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해주셨다. 생소함으로 대결하는 것도 나쁜 방법이 아니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임찬규는 11월 6일로 예정된 국군체육부대와 평가전에서 가볍게 투구해 감각을 점검하고, 대만으로 건너간 이후인 10일 대만 리그 팀과 평가전에서 더 강하게 던질 계획이다.
임찬규는 "상무전은 체크가 중요하다. 대만에서 던질 경기는 100%로 던져보겠다. 감각은 최근까지 경기해서 그런지 괜찮다"고 했다.
프리미어12는 KBO리그와 다르게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이 없고, 피치클록은 적용한다.
임찬규는 "피치클록은 원래 빨리 던져서 큰 문제 없다. ABS는 포수 (박)동원이 형이 심판 성향 파악해서 리드하면 된다. 작년까지 (ABS 없이) 했던 거랑 똑같다. 사이드를 많이 이용하면 될 것"이라고 답을 내놨다.
임찬규는 슈퍼 라운드 경기가 열리는 도쿄돔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다고 말했다.
임찬규는 "대만에서 잘 던져서 도쿄돔까지 꼭 가봤으면 좋겠다. 던져보고 싶다"고 의지를 보여줬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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