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에 “‘얼차려’ 훈련병 사망, 지휘체계 미흡” 적어놓고도 의견표명 안 한 인권위
지난 5월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숨진 육군 훈련병 사건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방문조사를 벌인 결과 지휘체계에 여러 문제점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이 같은 조사 결과보고서를 낸 뒤 별도의 의견표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경향신문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인권위의 ‘육군 12사단 신교대대 운영 관련 방문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해당 신교대대에는 기존에도 훈련병 교육에 잘못된 관행이 있었으나 지휘체계 관리 미흡으로 인해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신교대대장이 소속 간부와 훈련병들의 고충 파악에 소극적이었다고 적었다. “신교대대장은 평소 간부들의 신상관리 파악이 미흡했다고 보여진다”며 “군에 입대해 신체·정신적으로 불안정한 훈련병들을 대상으로 국방헬프콜·내부공익센터·육군고충처리시스템 등 군에서 시행하고 있는 각종 신고제도에 대해 훈련병들에게 교육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접근성 확보를 위한 노력도 부족했다”고 했다.
훈련병 대상 인권교육도 지침을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훈련병은 교육 기간에 1시간 이상 인권교육을 해야 하는데 신교대대는 신병교육 훈련과목인 정신교육시간에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인권교관으로 지정된 간부의 계급이 하사인데 신교대대 인권교관으로 선정한 부분이 다소 아쉽다”며 “실제로 지정된 인권교관에 의해 신교대대 교관 및 간부들에 대해 인권교육이 실시된 적도 없었다”고 했다.
신교대대뿐 아니라 2·3차 지휘체계의 미흡함도 보고됐다. 보고서는 “여단은 평소 담당 간부가 훈련병들의 교육훈련 현장만을 방문했을뿐, 신교대대 간부들의 인권교육이나 설문 접수 등 구체적인 사고 예방과 관련되 지휘·감독은 실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신교대대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면밀한 진단을 통한 사고 예방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단은 신교대대의 1차 상급부대로, 신교대대 운영을 직접 지휘·감독하는 부대인데도 그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12사단 차원에서도 신교대대가 개선하는 제반 사항들이 실효성 있게 실천되도록 상급부대가 지속적인 지휘·감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방문조사 과정에서 12사단의 조치 중 제반 지휘·감독 등 관리방안에 대한 부분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육군 12사단 신교대대 소속 훈련병 A씨는 지난 5월23일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져 강릉 아산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이틀 만에 숨졌다.
인권위 군인권보호위원회는 지난 6월25일 신교대대 운영 현황을 진단하고 동일 사례를 예방하고자 방문조사를 결정했다. 당시 사망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난 뒤에도 인권위가 직권조사 개시 여부를 정하지 못해 ‘소극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번 방문조사와 관련해서도 인권위는 별도의 의견표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추미애 의원은 “군 인권 문제를 감독하고 개선해야 할 군인권보호관의 역할을 의도적으로 저버린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라면서 “조사결과 보고서에서 지적된 군 지휘 체계의 문제를 무시하고, 의견 표명조차 하지 않은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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