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학생인건비 개선안, 연구 현장에 부담…취지엔 공감"

박정연 기자 2024. 10. 3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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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가톨릭대 의생명산업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국가 R&D 학생인건비통합관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패널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정부가 1년 치 이상 과도하게 적립된 학생인건비 잔액 중 일부를 소속 기관에 되돌려 학생들에게 분배하는 방식의 학생인건비통합관리제 개선안을 내놓았다.

그간 개인 재량으로 운용할 수 있었던 학생인건비 잔액 중 일부를 공용 자금에 낼 의무가 생긴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인건비가 돌아가도록 하는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말하면서도 변동성이 큰 연구 현장에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대학별로 상이한 인건비 운용 지침을 확인하고 BK사업 등 다른 제도를 통해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인건비를 고려한 세심한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 교수들은 30일 서울 가톨릭대 의생명산업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국가 R&D 학생인건비통합관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이같은 의견을 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0일 학생인건비를 1년치 이상 적립하고 있는 연구 책임자를 대상으로 축적된 학생인건비 잔액에서 학생인건비 1년치 지급분을 제외한 금액의 20%를 기관계정에 이체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학생인건비통합관리제는 연구 책임자나 기관 단위로 여러 과제의 학생인건비를 통합 관리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다른 연구비 항목과 달리 연구과제가 종료된 후에도 반납하지 않고 기관이나 연구책임자 개인 계정에 적립해 활용할 수 있었다.

정부는 그간 기관단위 학생인건비통합관리제가 효율적으로 운용되지 못했다며 이번에 개선안을 내놓았다. 과기정통부는 2022년 60개 대학에서 학생인건비통합관리제에 축적된 학생인건비 잔액을 5895억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선 갑작스런 제도 도입에 대한 교수들의 부담감이 드러났다. 최세휴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 회장(경북대 교수)은 "당장 개선안이 도입되면 대학 현장에서 아직 불만이 많을 것 같다"며 제도 시행까지 의견수렴 과정을 추가적으로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20%의 이체 비중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닌 이체 비중을 점차 늘리는 형태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유재준 한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 회장(서울대 교수)는 "학생인건비 잔액의 일부를 기관 계정으로 옮겨도 안정적인 학생 인건비 지급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며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행정적 부담으로 원할한 지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마다 이 제도를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서종철 포스텍 화학과 교수는 "포스텍에선 기존에도 학생인건비 잔액의 10%를 기관계정에 적립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부 교수들은 실험실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큰 변동성을 겪기도 하는데 일괄적으로 이 제도를 적용하는 것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인건비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주원 성균관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BK 사업이나 조교수당, 해외사업 등 학생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돌아가는 연구비 재원을 파악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인건비 잔액이 이체되는 기관계정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없도록 세부적인 지침을 정부가 정해줘야 한다는 관계자들의 입장도 나왔다. 강병철 서울대 연구처장은 "학과계정 등의 계정이 혼용되면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도 좋지만 실제 산학협력단 입장에선 단일한 계정 사용 지침이 없으면 운용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관계정에 대한 관리 권한을 대학 산단에 부여하고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제시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임요업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조정관은 "정부는 제도개선과 동시에 학생과 연구자가 불안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소통과 지원에 나설 예정"이라며 "연구자, 대학, 출연연 등 연구현장의 각 주체가 미래 과학기술 인재육성을 위해 한뜻으로 나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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