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생 동맹휴학 불가”라지만 사실상 허용…휴학 승인 이어질 듯

김유나 2024. 10. 3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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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동맹휴학 불가” 재강조 불구
사유 정당성 판단은 학교에 맡겨
내년도 정원 조정엔 “불가능” 강조
연세대·고려대, 휴학계 일괄 승인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의 휴학 승인권이 대학에 넘어간 가운데 교육부가 “동맹휴학 불가는 변함없는 원칙”이라며 ‘개인 사유’ 휴학만 승인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대학의 휴학 승인 절차를 들여다보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이어서 사실상 대규모 동맹휴학이 이뤄지게 됐다.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교에서 시민들이 드나들고 있다. 뉴스1
30일 교육부는 “이번 휴학 자율 승인 조치는 그동안 대학에서 휴학 사유 입증 절차가 까다롭다는 의견이 있어 이를 간소화해준 것”이라며 “대학은 동맹휴학이 아닌 개인 사유 휴학만 승인해야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올해 2월 의대생들이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하며 집단으로 휴학계를 내자 “정부 방침에 반발하는 목적의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가 될 수 없다”며 대학의 휴학 승인을 막아왔다. 하지만 의대생들이 8개월째 돌아오지 않자 이달 6일 ‘내년 복귀를 약속한’ 경우에만 휴학을 허용하겠다고 입장을 바꿨고, 전날에는 이런 조건도 없앴다. 이에 의대생들의 휴학이 전면 허용된 것이란 분석이 나왔으나 이날 교육부는 “동맹휴학 허용은 아니”라고 또다시 선을 그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대생들이 2월에 동맹휴학 의사 표시를 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을 수 있다. 각 대학이 상담 등을 통해 휴학 사유를 확인하고 승인하게 될 것”이라며 “동맹휴학 뜻을 굽히지 않는 학생에 대해선 유급·제적 등의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동맹휴학은 승인할 수 없지만, 동맹휴학인지 개인 사유 휴학인지는 각 대학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것이다.

대학과 의료계는 사실상 동맹휴학 승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올해 2월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들은 대부분 휴학계에 ‘개인 사유’라고 적은 상태다. 빨리 휴학을 승인하고 학적을 정리해야 하는 대학 입장에선 굳이 동맹휴학 여부를 무리하게 판단할 이유가 없어 대부분 신청된 휴학계를 일괄 승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전날 교육부의 방침이 나온 뒤 연세대와 고려대는 곧바로 학생들의 휴학계를 일괄승인했다. 다른 대학들도 조만간 휴학을 승인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대학을 신뢰한다”며 각 대학의 휴학 승인 적법성을 따져보진 않겠다고 밝혔다. 대학이 설령 동맹휴학 의지가 있는 학생의 휴학을 승인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앞서 휴학계를 일괄승인한 서울대에 대해 고강도 감사에 돌입했던 것과는 상반되는 입장으로, 의료계를 자극하지 않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8개월간 정부와 의료계, 학생 간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평행선을 달려왔다. 지금은 대화하고 성과를 내야 하는 시점”이라며 “이제는 휴학 사유를 따지기보다 의료대란을 종식할 ‘모멘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휴학 자율 승인이) 의료대란을 종식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다만 의료계가 여전히 주장하고 있는 2025학년도 정원에 대해선 “조정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2주 뒤 대학수학능력시험이고, 수능이 끝나면 수험생들은 원서 접수 상담을 받는 등 곧바로 정시 준비에 들어간다”며 “2025학년도 정원 재조정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테이블에서 논의할 순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올해 1학년이 그대로 올라가면 내년 1학년이 최대 7500명이 돼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7500명이란 숫자는 아주 예전부터 나와서 어떻게 교육할지 계속 고민해왔다”며 “이번 휴학 승인 조치로 내년 복귀 인원 규모 가닥이 잡히면 교육과정을 짜는 것이 용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감사는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대는 교육부의 휴학 승인 조치가 나오기 전인 지난달 30일 의대생 780명의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고, 교육부는 이 절차가 정당했는지 등을 따지는 감사를 진행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감사는 감사대로 진행한다”며 “서울대가 감사와 별개로 2학기 휴학 신청을 승인하겠다면 앞으로 보완방안을 협력하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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