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로 시작해 끝난 22대 첫 국감…"상시국감 도입해야"
국정조사와 국정감사 합치는 등 제도 개혁 필요
동행명령장 발부 건수 역대 최대 수준으로 증가
숫자로 밀어붙이는 巨野에 '배째라' 정부·與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야심차게 시작했던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낙제점만 면한 용두사미로 마무리되고 있다. 전 상임위에 걸쳐 김건희 여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의혹 제기가 이어지면서 정책 질의가 줄었고 이전부터 고질적으로 지적됐던 ‘묻지마’ 증인·참고인 채택이 늘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에서는 30일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감의 상시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근본적으로는 대통령제와 내각제가 섞인 정치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감사의 상시화 필요”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경실련 정치개혁위원장)는 이날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2024 국정감사 평가 및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매번 반복되는 졸속·정쟁 국감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상시적인 국정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20일 남짓한) 국감 기간에 엄청나게 많은 피감 기관을 상대해야 한다”면서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한 확실한 방법은 국정 감사와 국정조사를 통합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정조사 실시 기준을 낮추고 상임위별로 실시할 수 있게 만드는 안이다. 피감기관과 국회의원, 보좌진 모두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그는 또 “근본적으로는 대통령제와 내각책임제가 섞인 우리 정치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하 교수는 “내각의 장관에 현역 여당 국회의원이 갈 수 있다보니 여당 의원들은 행정부를 비호하게 된다”며 “행정부 견제라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야당만 호통치는 반쪽 국감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쟁으로 얼룩진 국감”
부실 국감에 대한 지적은 국회 내에서도 이어졌다. 본지 취재 결과 여야 보좌진들은 이번 국감의 난맥상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동행명령장’을 들었다. 동행명령장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때 발부되는데 이번 국감에는 27건(7~25일 기준)이 발부됐다. 2023년 국감 때 3건, 2022년 국감 때 8건, 2021년 국감 때 2건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야당이 김 여사 의혹을 전 상임위에 걸쳐 제기하자 여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맞불을 놓았다. 그나마 정책적 질의가 있었던 상임위에서도 ‘보여주기’식이 많았다. 한 중진 의원실 보좌관은 “우리 사회 내 배달 노동자 문제보다 뉴진스 하니가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로 더 주목 받았다”면서 “22대 국회 현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감 기관의 비협조도 문제가 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기본적인 자료 요청조차 정부가 답을 미루면서 뭉겠다”면서 “제대로 된 질의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부의 ‘배째라’식 태도도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 피감기관장은 욕설을 내뱉고 의원들과 큰소리로 다투기도 했다.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욕설 논란을 일으켰다. 김우영 민주당 의원과 큰 소리로 막말을 주고 받았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원외 민주당 관계자는 “초선 의원들의 실력이 부족한 게 크다”고 지적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준비없이 의욕만 앞선 채 보좌진만 쥐어 짜 원성이 높았다”면서 “초선 의원실 보좌진들의 줄사직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매년 국감 평가를 진행해온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은 이번 국감에 대해 ‘D-’ 평가를 내렸다.
모니터단은 지난 24일 보고서에서 “모든 상임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수사·재판, 김건희 여사 의혹으로 감사가 아닌 수사를 하듯 하는 정쟁 국감”이었다며 박한 점수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정쟁성 증인 채택’, ‘도 넘는 막말’ 등도 이번 국감 점수를 깎아먹는 주요 요인으로 덧붙였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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