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악당 이야기' 쓰는 30년차 추리소설가 서미애 "여성에게 두려움 느낄 때 왔다" [제철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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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데뷔작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으로부터 딱 30년. 추리소설가 서미애가 걸어온 시간이다. 그의 걸음은 “한국 추리소설의 역사가 아닌 현재”(박인성 문학평론가)다. 서 작가의 작품은 드라마, 영화, 연극으로 만들어졌고, 한국뿐 아니라 미국, 프랑스, 독일 등 16개국에서 읽힌다. 피해자나 주변인의 위치에만 머물렀던 ‘여성’이 주인공이나 빌런(악당)으로 활약하는 그의 추리소설에 세계가 반응했다.
지난 2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난 서 작가는 주로 여성이 가해자로 등장하는 자신의 작품을 두고 “남성도 여성에게 두려움을 느낄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그의 추리소설 등단 30주년을 기념한 ‘서미애 컬렉션’(총 3권)의 표제작 3편도 모두 여성이 살인을 저지르거나 사건의 실체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서 작가는 “택시나 밤길뿐 아니라 최근 딥페이크까지, 여성이 느끼는 일상 속의 두려움에 대해 남성들은 ‘그게 왜’라는 반응을 보여왔다”며 “여성이 (범죄를 저지를) 그럴 마음이 없어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소설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여성이라 여성 이야기 쓰는 것 아냐"
1986년 시인으로 등단한 서 작가는 그로부터 8년 후 스포츠서울 신춘문예 추리소설 부문에 당선돼 진로를 바꾸었다. 중학생 시절부터 추리소설 마니아였던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라디오와 드라마 작가로 일했지만 “온전히 내 것을 발표하고 싶다”는, 글 쓰는 사람의 욕망을 품었다.
“여성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단순히 내가 여성이라서만은 아니다"라는 것이 서 작가의 말이다. 그는 “(추리소설의) 트릭(결말을 숨기기 위해 작가가 사용하는 속임수나 장치) 자체보다는 범죄를 둘러싼 인간관계와 욕망 등 심리에 관심이 간다”고 했다. “범죄 관련 자료를 보면 남성 가해자가 많지만, 그들은 ‘기분 나빠서’ ‘말대꾸해서’라는 이유를 댑니다. 반면 여성 가해자는 ‘이러다가 내가 죽을까 봐’라고 해요. 작가로서 여기에 더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추리소설은 한국 병폐에 관한 이야기"
서 작가에게 추리소설은 “한국 사회의 병폐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작품을 구상할 때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보다는 실제 사건이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에서 씨앗을 얻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1997년 외환위기 같은 경제난부터 고령화로 인한 간병 문제, 결혼이주 여성 문제 등 사회의 흐름이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말했다. “소설을 쓰면서 질문을 던지는 겁니다. ‘우리 사회 지금 괜찮습니까. 당신은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요.”
1994년 추리소설로 신춘문예 시상식에 섰던 서 작가의 옆자리에는 의외의 인물이 있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한강이다. 같은 해 한강은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됐는데, 스포츠서울과 서울신문이 자매지여서 시상식이 함께 열렸다. 서 작가와 한 작가는 자신의 분야에서 모두 ‘거장’이 됐다. 시상식에서의 한 작가를 “정말 조용하고 수줍은 인상”으로 기억한다는 서 작가는 “한 작가도 나도 계속 글을 써왔고, 글 쓸 상황을 스스로 만들고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미애 작가가 직접 뽑은 ‘제철 문학’은
장편소설 ‘잘 자요 엄마’
“어떤 작품이든지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장편소설이라면 ‘잘 자요 엄마’를 꼽겠습니다. 본능적으로 ‘남자가 주인공’이라는 클리셰를 답습한 첫 장편소설에서 벗어나 쓴 작품입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이 아니더라도 무엇이든지 한 번 제 책을 시도해보면 그다음 책을 읽게 되리라고 자신합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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