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태균 “내가 사모님 그래갖고 김진태 살린 거야”
창원산단 부지 투기과열지구 해제 관여 정황도
‘김건희 여사 공천·국정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진태 전 의원이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 공천을 받는 과정에 김건희 여사의 힘을 빌어 도움을 줬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나왔다. 김 여사가 명씨를 고리로 김영선 전 의원의 보궐선거 공천은 물론 지방선거 공천까지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명씨가 경남 창원 신규 국가첨단산업단지(창원국가산단) 선정 9개월 전인 2022년 6월 정부의 창원의창 투기과열지구 해제에 관여한 정황도 드러났다.
한겨레21이 2024년 10월30일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명씨와 강혜경(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자 김영선 전 의원 회계책임자)씨의 통화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명씨는 2022년 6월1일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선에서 배제됐던 김진태 전 의원이 다시 경선을 치르기로 결정된 같은해 4월18일 밤 9시57분께 강씨에게 전화를 건다. 명씨는 이 통화에서 “김진태 그거 내가 살린거야. (오늘) 김진태가 김○○(명씨 지인으로 추정)이 갔는데 벌떡 일어나 손을 잡고 내 얘기하면서 그 분이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 손잡고 막 흔들더래요”라며 “아니, 나 어제 잠도 못잤어. 김진태가 나보고 주무시면 안 돼요. 내가 막 사모님 그래 갖고 밤 12시 반에 내가 해결했잖아”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5·18 망언’의 책임을 물어 김 전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2022년 4월14일 황상무 전 한국방송(KBS) 앵커를 단수 공천했다. 하지만 나흘 뒤인 4월18일 ‘망언 사과’를 조건으로 단수 공천 결정을 번복한 뒤 김 전 의원에게 경선 기회를 줬고, 김 전 의원은 당내 경선을 거쳐 강원도지사에 당선됐다. 이런 석연치 않은 과정 때문에 당시 용산의 힘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당시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은 정진석 현 대통령비서실장이다.
이와 관련 뉴스토마토는 2024년 10월25일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김 후보가 명씨의 도움으로 김 여사를 찾아가 ‘충성맹세’를 했고, 이를 계기로 경선 기회를 얻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의원은 같은날 이 발언에 대해 “명씨 후일담을 전한 것일 뿐”이라고 했고, 김진태 지사 쪽도 10월30일 문자를 통해 “일관되게 밝혔듯,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겨레21의 이번 통화녹음 파일은 김 지사 공천 배경에 김 여사가 있음을 시사하는 유력한 정황 증거로 보인다. 특히 이는 김 여사가 2022년 6월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한 것뿐만 아니라 명씨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를 돌려보게 하면서 판세를 파악한 데다, 강원도지사 공천에까지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시사하는 것이어서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명씨는 또한 2022년 7월1일 강씨와 한 통화에서 “사람들이 투기과열지구가 해지됐다고 좋아하지?”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강씨가 “네, 다들 막 고맙다고 어저께 사람들 막 찾아와서 인사하고”라고 답하자 “그렇지, 왜 그러냐면 거기 전매하고 지금 재개발하고 그런 싹 다 딱지하고 다 거래되고 다 팔고 다 될 수 있어요. 어제 막 수천 억을 (내가) 한 거야. 말이 수천 억이야. 진짜 지금 건물 짓는 데 지금 전매가 안 되잖아. 그리고 완전히 완전 난리 난 게 데 근데 정작 풀어야 될 세종이 이번에 의창을 넣는 바람에 세종이 안 풀리는 거야. 내가 하는 말 김영선한테 잘 전해”라고 말한다.
당시는 부동산 규제 강화책을 펼친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 어느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될 것이냐를 놓고 전국적 관심이 높았던 때였다. 국토교통부는 명씨와 강씨의 통화 하루 전인 2022년 6월30일 전국 투기과열지구 49곳 가운데 6곳을 투기과열지구에서 제외하는 조처를 발표했다. 해제된 투기과열지구에는 창원시 의창구 일부 지역이 포함됐다. 한성수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장은 “투기과열지구는 주택거래를 규제하는 정책이라 토지거래가 오가는 창원국가산단과는 큰 관련이 없고 창원산단 후보지 땅의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2021년 8월에 이뤄졌다”며 “투기과열지구 해제 결정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이는 앞서 한겨레21이 보도한 명씨의 창원국가산단 선정 과정 개입 의혹과 관련해 명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걸 보여주는 또 다른 유력한 정황이다. 명씨는 창원국가산단 선정 몇달 전부터 창원시 공무원들로부터 산단 추진 계획 및 진행 상황 등을 담은 대외비 문서를 보고받았고, ‘김 여사 보고용’이라며 창원국가산단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기도 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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