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계열분리..정유경 독자경영 강화..이별까지 최소 2년 걸릴 듯
[파이낸셜뉴스] 신세계그룹이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을 회장으로 승진하는 인사를 단행하면서 향후 계열분리를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에 이어 정유경 총괄사장이 회장직에 오르면서 백화점 계열의 독자경영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계열 분리가 완성되려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정한 법적 절차 등을 거쳐야 해 최소 2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신세계그룹의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회장으로 깜짝 승진하면서 그룹 안팎에서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오빠인 정용진 회장과 다르게 부회장을 건너 뛰고 회장으로 직행한 인사라 업계의 관심이 더 컸다. 신세계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서도 정 사장의 회장 승진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고 놀라워했다.
정유경 회장이 승진했지만 그동안 총괄한 신세계 백화점 부문의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분석이다. 이미 지난 2011년 신세계그룹은 이마트가 신세계에서 인적 분할해 별도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외형적으로는 사실상 두 개의 지주사 형태로 운영돼 왔다.
정용진 회장은 대형마트와 슈퍼, 편의점, 복합쇼핑몰,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호텔, 건설 사업을 주력으로 키웠고, 동생인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 아웃렛, 면세점, 패션·뷰티 등을 안착시켰다.
지난 2016년에는 두 사람이 가진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을 맞교환하며 얽혀있던 지분 구조를 정리했다. 지난 2020년에는 정 회장 남매의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신세계 지분 8.2%씩을 정 회장과 정 총괄사장에게 각각 증여했다. 현재 이마트의 정용진 회장과 ㈜신세계의 정유경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각각 18.6%로 각사 최대주주다. 이명희 신세계 총괄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에 각각 10%씩 지분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진행될 승계와 계열 분리, 지배구조 개편의 마무리 작업에서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도 정용진·정유경 회장에게 양도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계열 분리 본격화는 그룹의 핵심인 이마트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했고, 백화점도 상반기까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실적에서 선방하며 어느 정도 명분을 확보하면서 가능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정용진 회장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 '본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올해가 본업 경쟁력 회복을 통한 수익성 강화 측면에서 성공적인 턴어라운드(실적 개선)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간 물밑에서 준비해온 계열 분리를 시작하는데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기 임원인사는 정용진 회장의 취임 첫 해 인사라는 점에도 주목 받았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에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신상필벌의 원칙 아래 역량 중심의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탁해 성장을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
실제 이번 인사에서는 정용진 회장이 직접 관할하는 ㈜이마트 계열사의 대표 교체가 많았다. 신세계백화점 계열에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기존 윌리엄 김 대표이사 체제에서 뷰티&라이프부문 대표이사를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이사가 겸직하도록 한 정도와 대조적이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한 사장은 이번 승진을 통해 정용진 회장의 본업 경쟁력 강화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24대표에는 송만준 이마트 PL/글로벌사업부장이 내정됐다. 이는 올해 선보인 '노브랜드 중심 편의점 모델'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최근 사업 조정을 통해 혁신을 지속하고 있는 신세계푸드 대표에는 강승협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이 선임됐다.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에는 전상진 이마트 지원본부장이 내정됐으며, 신세계L&B 대표에는 마기환 대표를 외부 영입했다.
신세계야구단 대표에는 김재섭 이마트 기획관리담당이 발탁됐다. 이는 역량을 갖춘 인재라면 직급에 상관없이 대표로 발탁해 성과 창출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그룹 인사에서는 부사장 이하급 임원 승진 규모는 30여명으로 파악됐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지난 3월 정용진 회장 취임 이후 비상 경영 체제를 통해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익 극대화를 추진해 왔다"며 "이를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강화해 나갈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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