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사망'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운전자 할머니 '죄가 없다' 종결

핵심요약

경찰, 재수사에서도 '혐의 없음' 판단
검찰도 '송치요구 불요' 결정 내려
할머니, 1년 10개월 만에 형사책임 벗어
제조사 측과 민사 소송은 진행 중

지난 2022년 12월 강릉에서 운전을 하던 중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손자를 잃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된 할머니가 지난해 3월 20일 사고 후 첫 조사를 위해 경찰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

지난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손자인 도현 군(당시 12세)이 사망하면서 운전자였던 할머니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됐지만, 경찰의 재수사에서도 '혐의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30일 도현 군 가족 등에 따르면 강릉경찰서는 최근 춘천지검 강릉지청의 '송치요구 불요' 결정에 따라 사건 관련 서류를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송치요구 불요란 불송치 결정을 했던 경찰이 검찰의 요청에 따라 사건을 재수사했음에도 '혐의가 없다'는 결과를 검찰에 보낼 경우 검찰 역시 기소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 사건을 종결짓는 결정이다.

이로써 할머니 A(70대)씨는 사건 발생 1년 10개월 만에 형사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지난 2022년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강릉소방서 제공

앞서 지난 2022년 12월 6일 오후 4시쯤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A씨가 몰던 SUV 승용차가 도로 옆 지하통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해 함께 타고 있던 12살 손자 도현 군이 숨지고 A씨가 다쳤다

이 사고로 A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형사입건 됐고, A씨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전국에서 A씨에 대한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가 잇따랐다.

경찰은 '기계적 결함은 없고, 페달 오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 결과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해 10월 A씨의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불송치했다. 급발진 의심 사고 형사사건에서 경찰이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불송치 결정을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주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경찰로부터 불송치 사건 기록을 접수 후 증거관계를 면밀히 검토해 사안의 실체적인 진실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A씨와 가족들이 민사소송에 제출한 자료도 종합적으로 검토할필요가 있다"며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이후 경찰은 재수사에 들어갔고 9개월간의 수사 끝에 1차 수사와 마찬가지로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6월 18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는 이상훈씨. 전영래 기자

이 사건은 현재 A씨 측이 KG모빌리티를 상대로 7억 6천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에서 책임 소재에 대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민사소송이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차량 엔지니어 출신의 변호사가 증인으로 채택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판부는 오는 12월 10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증인신문을 한 뒤 내년 2월쯤 1심 판결을 선고할 방침이다.

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씨는 "어머니가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벗고, 이제라도 편하게 사셨으면 한다. 제조사와의 민사소송을 통해 이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 끝까지 싸우고, 제조물책임법 일부개정법률안(도현이법)이 반드시 제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여러 보안 감정들을 통해 저희는 정말 이 사건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검증해 왔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마지막으로 전문가 증인 신문만을 남겨두고 있는데, 진실이 왜곡되거나 은폐되지 않고 명확하게 규명되길 바란다. 급발진이 분명히 존재했음을 저희는 분명하게 증명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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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영동CBS 전영래 기자 jgamj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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