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이은 계열분리…삼성서 물려받은 백화점 다시 딸에게로(종합)

강애란 2024. 10. 3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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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이마트·백화점 계열분리…정용진·유경 회장 독립 경영
정유경, 백화점 매출 두배로 키워…강남점은 연매출 3조원 돌파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장남 등 아들에게로 그룹이나 주요 기업을 물려주는 승계가 지배적인 한국 재계에서 국내 3대 백화점 중 하나인 신세계백화점이 유일하게 대를 이어 딸의 몫으로 승계된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 [신세계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30일 신세계그룹은 정기인사에서 그룹의 두 축인 이마트와 백화점의 계열분리를 공식화하고 백화점 부문을 진두지휘하는 정유경 총괄사장을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명희 총괄회장의 장남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마트를, 딸인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백화점을 각각 경영하는 양분 구조를 공고히 한 것이다.

무엇보다 삼성가에 뿌리를 둔 신세계백화점의 승계 구조를 보면 한국 재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딸에게서 딸에게 승계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이 총괄회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의 막내딸이자 고 이건희 회장의 동생이다. 지난 1991년 삼성그룹에서 백화점을 운영하던 신세계를 갖고 나왔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1997년 공정거래법상 삼성그룹과 완전 계열 분리됐고 대형마트인 이마트의 성장을 바탕으로 굴지의 유통기업이 됐다.

이 총괄회장은 직접 일군 이마트 등 신세계그룹 사업 전반을 장남인 정용진 회장에게 맡겼고 자신이 삼성에서 물려받은 백화점은 딸인 정유경 회장에게 다시 물려주기로 한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오랜 시간 정용진 회장을 중심으로 한 '3세 경영체제'가 자리를 잡아왔다. 지난 2011년부터 이마트·백화점이 분리 수순을 밟으면서 현재의 남매 경영 체계를 구축했다. 지분구조도 정 회장 남매가 이마트와 ㈜신세계 최대 주주에 각각 오른 것으로 정리됐다.

신세계그룹 정용진·정유경 남매 왼쪽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연합뉴스DB] 오른쪽은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신세계홍보팀 제공]

이런 승계 배경에는 정유경 회장의 역량이 밑받침됐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 1996년에 조선호텔 상무로 경영에 발을 들인 정유경 회장은 지난 2009년 ㈜신세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2015년에는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며 백화점 부문의 사업을 키웠다.

신세계백화점을 각 지역을 대표하는 백화점으로 만들겠다는 '1번점' 목표를 내세우며 전폭적인 투자를 한 결과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6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와 호텔을 연상하게 하는 공간인 하우스 오브 신세계가 문을 연 강남점은 지난해 국내 백화점 단일 점포 가운데 처음으로 연 매출 3조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신세계 센텀시티 역시 수도권 외 지역 백화점으로서는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달성했다.

정 회장은 국내 최초의 패션 편집숍인 분더샵을 선보이고, 신세계 한식연구소와 자주·까사미아 등을 통해 식문화와 주거 문화에 새바람을 일으키는 등 신세계의 브랜드 가치를 일상의 격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 '신세계만의 고유한 콘텐츠를 키운다'는 집념으로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분야 자체 브랜드를 키우고 있다.

이번에 부회장을 거치지 않고 9년 만에 곧바로 회장으로 승진한 것도 이런 성과에 대한 대내외적인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재계 평가다.

1972년생인 정 회장은 이번 승진으로 국내 주요 200대 그룹과 60개 주요 중견기업 중 1970년 이후 출생한 여성 회장 1호로 이름을 올렸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 [신세계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범삼성가에서 정유경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은 지난 1998년 회장에 올라 삼성가 최초 여성 경영인이자 국내 1세대 성공한 여성 총수이다. 정유경의 회장 승진은 사촌 언니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등 삼성가의 대표적인 여성 경영인들 가운데 처음이다.

재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남매의 계열분리를 잡음 없이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대기업그룹 오너가의 승계작업 과정에서 자녀들 간의 분쟁이 종종 벌어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한미약품그룹,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등의 창업주 자녀들이 다툼을 벌였다.

한미약품그룹은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이 별세한 뒤 자녀들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경영권 다툼이 불거졌다. 임 회장의 아내와 장녀 임주현 부회장이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했지만, 장남과 차남의 반대로 통합 절차가 중단됐다. 범 LG가인 아워홈 오너가 남매도 7년 간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조양래 명예회장이 2020년 차남인 조현범 회장에게 지분을 넘긴 이후 분쟁이 일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장남인 조현식 고문 등이 경영권 인수를 위해 사모펀드와 손잡고 공개 매수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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