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매일 버린 급식 400kg·장부도 허위 기재한 고교···교육청은 '뒷짐'

성채윤 기자 2024. 10. 3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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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음식물 폐기물 배출량 일평균 300kg 넘어
돼지고기 목살 폐기될 수 없는데 '폐기율 80%'
교육청 감사 진행 않고 학교는 '문제 없다' 결론
"적정 기준량 부재··· 과다 발주해도 제재 없어"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10월 29일 서울 도봉구 창경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점심 급식을 배식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뉴스1
[서울경제]

서울국제고에서 음식물 폐기물이 하루에 400㎏ 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이 급식대에 오르기도 전에 버려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급식 장부를 허위로 기재한 정황도 발견됐다. 내부 직원이 과다 발주 등이 의심된다며 해당 학교와 교육 당국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학교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고 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학교 폐기물 관리 체계가 부실한 만큼 감독 강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30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서울국제고는 올해 7월 종로구청으로부터 하루 300㎏ 이상의 일반·음식물류 폐기물을 배출하는 ‘사업장 폐기물 배출자’로 지정돼 특별 관리 대상으로 분류됐다. 서울시는 하루 300㎏ 이상의 생활·재활용·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는 경우 자체 처리하거나 외부 업체에 위탁해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서울국제고는 음식물 쓰레기만으로도 3년째 이 기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국제고의 일평균 음식물 폐기물 배출량은 올해 437㎏(3월~6월)에 달하며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360㎏, 337㎏을 기록했다. 서울국제고는 학생 전원이 기숙생활을 하며 하루에 3식을 한다. 학생 432명이 급식 영양 권장량에 따라 500g씩(국물 제외) 3끼 식사를 한다고 가정하면 하루 약 648㎏의 음식이 제공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무게의 절반 수준이 매일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과다 발주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학교는 자체적으로도 음식물 폐기물이 많다고 판단해 올 들어 방학 중 급식 중단 등을 여러 대안을 내부적으로 회의한 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급식 장부를 허위로 작성한 의혹도 있다. 실제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에서는 조리 과정 중 껍질을 제거하면서 생기는 폐기물의 비율을 허위로 기재한 정황이 발견됐다. 예를 들어 국거리용 쇠고기와 돼지고기 목살에는 폐기율이 존재하지 않는데 80%로 기록했다. 껍질이 없는 전란액 형태의 달걀을 60% 폐기했다고 적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담당 영양 교사는 “사실 확인이 어렵다”며 “다만 나이스에서는 폐기율이 자동으로 설정되는 품목들이 있으며 이 수치는 임의로 수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급식 예산이 한정돼 있어 과도한 주문이 어려운 구조”라고 주장했다.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은 학교 측에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학교 교감과 교장은 전화 통화를 피하고 공식적인 입장 표명 및 설명을 거부했다.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학교에 서면 질의도 보냈지만 이에 대해서도 답변을 안 하겠다고 통보해 학교 측의 공식 입장을 반영할 수 없었다.

일부 직원은 서울시교육청에 국민신문고를 통해 이런 문제를 신고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학교가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변하고 별도의 감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학교는 자체적으로 운영회를 열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담당 영양 교사는 내부 고발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내부 고발자도 맞대응했다. 우선 영양 교사를 업무상배임죄 및 공전자기록위작죄로 고발하고, 교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서울국제고의 사례는 학교 급식의 부실한 운영과 느슨한 감독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교육계에서는 적정 음식물 폐기물량에 대한 기준 자체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음식물 폐기물이 학생 수와 발주량 대비 과도하게 발생해도 제재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개별 학교의 음식물 폐기물량을 추적하거나 폐기물량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학교에 대해 경고 조치를 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급식 폐기물 감축 정책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통계도 없다. 올해 교육부는 지난 몇 년간 집계해온 전국 초중고교 급식 폐기물 통계를 더 이상 내지 않기로 했다. 시도교육청마다 양식이 서로 달라 의미 있는 통계를 도출하기 어렵고 교원들의 업무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지역 초중고교에서 발생하는 급식 폐기물량을 2022년 3만 4230톤, 2023년 3만 4205톤으로 자체 추산했지만 이 통계를 세부적으로 분석하거나 정책 수립에 직접 활용하지는 않고 있다.

부처 간 협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급식 운영을 총괄하지만 폐기물 정책은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 관할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환경부와 지자체는 학교 폐기물을 가정과 일반 사업장의 폐기물과 함께 관리하기 때문에 학교 폐기물 감축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다. 음식물 폐기물과 일반폐기물을 구분해 관리하지 않으며 하루 300㎏ 이상의 폐기물 배출만 신고하도록 해 대부분의 학교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서울의 한 외고에서 5년째 배식 업무를 해온 B 씨는 “단순히 ‘음식을 남기지 말라’는 지침은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다”며 “학부모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감독 체계를 강화하고 학교별 잔반과 잔식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채윤 기자 ch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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