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국 대선】 방향 바꾸는 유색인종, 일주일 남은 대선 '게임 체인저'

박종원 2024. 10. 3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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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히스패닉, 아시안 포함한 유색인종...민주당에서 멀어져
인종 프레임 대신 경제 문제에 집중, 젊은 유권자일수록 이탈 성향 강해
경제 내세우는 트럼프 지지로 돌아서...인종 차별 논란에 민감하지 않아
트럼프 진영은 "쓰레기 섬" 발언으로 역풍....수습 안간힘
양 진영 모두 아시안 유권자 공략 강화
29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본계 지지자들이 "세계가 트럼프를 원한다"라고 적힌 팻말을 든 채 행진하고 있다.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 대선에서 한쪽으로 쏠려 있던 이른바 '유색 인종' 유권자들이 올해 들어 적극적으로 지지 정당을 바꾸면서 당락의 열쇠를 쥐게 됐다. 투표일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박빙의 지지율에 긴장한 양쪽 진영은 저마다 흑인, 중남미 출신(히스패닉), 아시아 출신(아시안) 유권자를 잡기 위해 막판 선거전에 돌입했다.

젊은 유권자, 인종 프레임보다 현실에 관심
지난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투표를 마친 유권자를 인종으로 보면 67%는 백인이었으며 나머지 33%는 유색인종이었다. 해당 집단 가운데 '기타'라고 답한 비중을 제외한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안 유권자 비중은 각각 13%, 13%, 4%였다. 유색인종 유권자들은 20세기 초반부터 민주당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고, 정치권에서도 당연히 같은 집단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2020년 대선 당시 흑인(92%), 히스패닉(59%), 아시안(72%) 유권자들의 민주당 후보(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백인(43%)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올해 대선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시카고대학 여론조사기관 젠포워드가 이달 23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성별에 따라 흑인 유권자의 민주당 후보(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은 59~61%에 그쳤다. 히스패닉 지지율은 38~54%였으며 등 아시아·태평양계(AAPI) 지지율은 51~56%였다.

반면 18~40세의 젊은 유권자 가운데 흑인 남성(26%)과 여성(12%)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비율은 2020년 대선에 비해 크게 올랐다. 같은 연령대의 히스패닉 남성들은 44%가 트럼프에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미국 폭스뉴스는 특히 젊은 유색인종 유권자 사이에서 트럼프의 인기가 치솟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3일 보도에서 유색인종 유권자가 트럼프로 돌아서는 이유가 5가지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인종 프레임의 영향력 약화 △트럼프 언행에 대한 무관심 △경제 문제 △민주당 정권에 대한 실망 △트럼프를 '뉴 노멀'로 받아들이는 젊은 유권자를 지적했다. NYT는 29일에도 흑인과 히스패닉의 정치적 연대가 깨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정치적 목소리가 커진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흑인 문제만 반복하는 민주당 진영에 소외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색인종 유권자들이 더 이상 인종적 유대감보다는 불법 이민자 유입에 따른 일자리 상실 같은 경제적인 문제에 민감하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당시 “수백만 명이 미국으로 몰려들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바로 흑인과 히스패닉계 주민들”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2일 NYT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흑인 유권자의 40%가 불법 이민자 추방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흑인 유권자는 15%, 히스패닉은 37%로 집계됐다.

미국 공화당의 팀 스콧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주·오른쪽)이 지난 2월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콜롬비아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가운데)을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쓰레기 섬" 발언 역풍, 아시아 유권자 잡아야
유색인종에게 인기를 얻던 트럼프 진영은 이달 "쓰레기 섬" 발언으로 궁지에 몰렸다. 미국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는 지난 27일 미국 뉴욕의 트럼프 선거 유세에서 찬조 연설자로 나서 물의를 빚었다. 그는 카리브해의 미국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를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고 비유하며 흑인과 이민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푸에르토리코는 인구 32만명의 섬으로 현지 주민은 미국 시민이지만 대선 투표권이 없다. 그러나 미국 내 푸에르토리코 출신 이주민은 600만명으로 멕시코에 이어 히스패닉계 중에서는 두 번째로 많고, 특히 이번 대선 경합주에도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의회 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경합주 중에서도 선거인단이 19명으로 가장 많아 핵심 승부처로 여겨지는 펜실베이니아주에만 40만명 이상이 살고 있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명인과 연예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즉각 반발했으며 민주당 진영에서도 공세에 나섰다. 해리스는 28일 뉴욕 유세를 언급하면서 "그는 자신의 불만과 자기 자신, 우리나라를 분열시키는 데 집중하고 실제로는 집착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진영에서는 긴급 진화에 나섰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나선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주)은 28일 기자들과 만나 문제 발언에 대해 "어리석고 인종차별적인 농담일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나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소한 일에 너무 기분이 상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29일 기자회견에서 힌치클리프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나는 그를 모른다. 누군가가 그를 거기(유세 연단) 세웠다"면서 따로 해명하지 않았다.

한편 두 정당 모두 아시안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4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해 대선 유세 시작 이후 처음으로 아시안 및 태평양 출신 커뮤니티 대표들과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경제와 공공 안전을 강조하면서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안, 태평양 출신 커뮤니티 모두를 위한 경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진영에서는 지난 26일 TV 광고에서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정부가 일본계 미국인을 강제 수용소에 감금한 점을 지적하며 트럼프가 당선되면 아시아 출신 이민자를 차별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9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등 아시아태평양계(AAPI)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연단에 오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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