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휴학 승인" 정부, 양보하자 시동 건 협의체…의협은 '집안 단속'
지난 2월 의대증원책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집단으로 낸 휴학계를 승인할지 말지 여부를 놓고 교육가 '각 대학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히면서 정부와 의사들 간 대화의 물꼬가 틀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의대 교수들이 주축 멤버인 대한의학회와 KAMC(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의대생 휴학 승인'을 선결조건으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혔는데, 정부가 해당 조건을 들어주면서 의정 대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의대증원을 놓고 의정이 8개월여간 평행선을 달려온 만큼, 테이블 위에 올라올 안건에 대해선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수 있다. 30일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요구한 5가지 사항 중 1가지(의대생 휴학 승인)를 정부가 들어줬으니 남은 요구사항은 4가지 안건에 대해 까놓고 다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2일 대한의학회와 KAMC는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의대생이 낸 휴학계를 대학이 자율적으로 승인하게 해줄 것 △2025·2026년 의대정원 논의와 함께 의사정원추계기구의 입법화를 위한 구체적인 시행계획과 로드맵을 설정할 것 △의대생 교육, 전공의 수련 내실화·발전 위한 국가 정책 수립·지원을 보장할 것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독립성·자율성을 보장할 것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개편해 의료계 의견을 반영한 정책을 발표할 것 등 5대 요구사항을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협의체 참여 선결조건이던 '의대생 휴학 승인'이 해결됐으니, 남은 4가지 안건에 대해 정부·여당·야당과 대화한다는 게 이들 단체의 방침이다. 그중 의사들에게 가장 시급한 안건은 '2025학년도 의대증원'이다. 11월14일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불과 보름 앞으로 다가왔는데, 의사들은 내년도 증원 자체를 취소하거나, 증원하더라도 그 규모를 줄일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수능 전'까지로 여겨서다.
이진우 회장은 기자에게 "수능일 이전에 협의체를 빨리 구성해 협의를 시작했으면 한다"며 "만약 수능을 치른 후 협의체가 구성되더라도 하는 데까지 해보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협의체에 참여하면 당연히 내년도 의대정원에 대해 논의할 것이고, (의대증원을 백지화하지 못하더라도) 현장에서 교육 가능한 범위로 증원분을 줄이려는 노력은 해야 한다"며 "의료계 내에서도 의대증원 백지화 등 '강하게' 주장하는 그룹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그룹도 있고, 여러 그룹이 있는데 어쨌든 25년도 의대증원 규모를 손 대려면 논의를 최대한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이 협의체 참여에 미온적이어서 출범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정 갈등 해결의 키를 쥔 전공의가 참여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전공의 참여 없이는 협의체에 참여할 뜻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진우 회장은 "정부와 여야가 협의체를 먼저 구성하고, 우리 쪽에 공식적으로 협의체 참여를 제안하면 들어보려 하는데, 야당이 아직 결정하지 않아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언급했다.
의사집단 두 곳이 협의체 참여를 준비하는 동안, 그간 의정갈등의 선봉에 서온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당분간 '집안 단속' 차원에서 숨 고르기에 나설 전망이다. 의협 대의원회가 내달 10일 임현택 회장 탄핵(불신임) 여부를 표결에 부치기로 결정해서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전날(29일) 오후 8시에 연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내달 10일 오후 2시 의협회관에서 긴급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어 '임 회장 불신임' 안건과 '정부 의료농단 저지·의료 정상화를 위한 의협 비대위 구성' 안건을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임 회장을 탄핵해야 한다"며 불신임안을 발의한 조현근 의협 대의원회 부산시 대의원은 "취임 5개월이 지난 임 회장은 여러 차례 막말과 실언을 쏟아내 의사와 의협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했다"면서 "2025년 의대 정원이 1509명 늘어나 확정되는 동안 의협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입시가 시작됐고 현실적으로 되돌리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의협 내부에선 임 회장을 탄핵하면 임 회장과 각을 세운 전공의들이 정부와의 대화에 전면으로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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