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장 롱리스트 '째깍째깍'…'파벌종식' 의지 담기나
조병규 롱리스트 이름 올릴까…금융사고 책임론 '관건'
이복현 또 꼬집은 '파벌'…종식 의지 행장 선임때 반영할까
우리금융지주가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임기 만료를 두달 앞두고 차기 행장 선임 절차를 더욱 본격화 하는 분위기다.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차기 은행장 롱리스트에 이름을 올릴지 관심이 쏠린다.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이 취임한 직후 가동했던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이번에도 가동하되 이전보다 더욱 촘촘하게 개선, 적용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최근 지적된 우리금융 내 '파벌문화'를 종식시켜 조직의 안정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조병규 은행장, 롱리스트에 이름 올릴까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31일 자회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차기 은행장 선임 작업을 본격화 한다.
앞서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17일과 18일 자추위를 열고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규정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는데, 이날부터는 본격적으로 후보군 선정 작업 등에 나설 예정이다.
우리금융지주 자추위 측은 5명 안팎의 은행장 후보군(롱리스트)을 이날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이들에 대한 역량평가, 외부평판 조회 등을 바탕으로 후보군을 압축해 최종 후보자를 선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이날 자추위에서 핵심은 은행장 롱리스트에 조병규 현 우리은행장을 포함시키느냐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이후 장고 끝에 임명한 인물이다.
임종룡 회장은 취임 직후 이원덕 전 은행장이 임기 만료 전 사퇴하기로 하자 곧장 자추위를 가동했다. 당시 임 회장은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새롭게 구성해 60일간 후보자 검증에 나서는 절차를 진행하는 등 고심끝에 조 행장을 함께할 파트너로 꼽았다.
이후 조 행장은 우리금융의 미래 먹거리로 선택된 기업금융을 강화하면서 우리금융의 실적을 끌어올렸다. 올해 3분기까지 우리금융지주가 벌어들인 순익은 2조6591억원으로 연간 실적 3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다만 올해들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우리은행 내 거액 횡령 등의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조병규 행장의 책임론이 불거진 상황이다. 특히 금융당국까지 나서 최근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묻고 있어 자추위원들 역시 조 행장을 차기 행장 후보군으로 넣어야 할 지를 우선적으로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다.
우리금융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번 자추위에서는 자추위 위원장인 임종룡 회장보다 사외이사들의 의견이 더욱 중요시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사외이사들이 최근 발생한 금융사고의 책임을 조병규 행장에게 묻는다면 롱리스트에는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경영승계 '파벌 종식' 초점 맞추나
이번 우리금융 자추위에서 한가지 더 주목받는 점은 우리금융지주가 조병규 행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마련했던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어떻게 개선하느냐다.
최근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만들어 은행들에 은행장 선임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해 이를 명문화 할 것을 주문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이미 지난해 조병규 행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더욱 촘촘한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한 한 바 있다. 이미 금융당국의 권고 상황에 준하는 절차를 마련해 뒀다는 얘기다.
다만 작년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차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 마련한 프로그램은 능력있는 인사를 선출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우리은행 내 고질적인 문제인 한일은행 출신과 상업은행 출신들의 파벌 문제를 종식시키는 것에도 중점을 뒀었다.
이와 관련 당시 임종룡 회장은 이 프로그램 가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여전히 파벌 갈등이 남아있다"라며 "외부에서 온 만큼 한쪽에 편향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인사를 하겠다는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말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당시 자추위도 조 행장 선임 배경에 대해 파벌 내 중도성향이 있다는 점, 기업문화 개선에 앞정서 왔다는 점 등에 높은 배점을 줬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 내 파벌문화는 종식되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고의 원인으로 우리금융 내 내식구 감싸기 식 파벌문화가 지목됐다. 손태승 전 회장은 한일은행 출신인데, 한일은행 출신 우리금융 임직원들이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에 최근까지도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어제(29일) 임원회의에서 "우리금융의 잠재리스크로 조직문화의 기저를 이루는 파벌주의 용인 등이 내부통제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또다시 언급했을 정도다.
따라서 이번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이같은 파벌 종식을 위해 최대한 중립적인 인사를 추릴 방법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마련된 경영승계 프로그램에서 외부와 내부의 의견을 촘촘하게 묻는 장치가 마련돼 있었다"라면서도 "다만 최근 파벌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상황이어서 이를 종식시킬 수 있는 인사인지를 가릴 수 있는 절차 강화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금융당국에서 요구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외부 인사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봐 달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외부인사 중용 여부도 함께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이 역시 파벌 종식이라는 우리금융의 과제와 관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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