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검토’ 이 “헤즈볼라 궤멸, 카운트다운”… 사실상 투항 요구
다만 이스라엘이 휴전 조건으로 레바논 주권을 침해하는 ‘레바논 내 작전권’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 타결 가능성은 미지수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 또한 나임 카셈 신임 헤즈볼라 지도자를 향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헤즈볼라 궤멸 의지를 강조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국경에서 약 6km 떨어진 남부 마을 키암까지 진격하며 지상전 범위를 확대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 1~22일 가자지구에 반입된 구호품이 트럭 704대 분량으로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전 전 같은 기간 평균치(1만1000대)의 6.4%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 이, 헤즈볼라 투항-레바논 작전권 요구
하아레츠, 이스라엘 채널12 방송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내각 수뇌부는 29일 비공개 회의에서 헤즈볼라와의 종전 협상안을 검토했다. 헤즈볼라가 근거지인 레바논 남중부 리타니강의 북쪽으로 철수하고 재무장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상 헤즈볼라의 투항을 뜻한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7일 하산 나스랄라 전 헤즈볼라 지도자, 3일 나스랄라의 후임자 하솀 사피엣딘 등 지도부를 잇달아 제거했다. 헤즈볼라 군사 시설이 밀집된 레바논 남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 다히예 등에도 대규모 공습을 퍼부었다. 이로 인해 헤즈볼라가 로켓과 미사일 비축량 80%를 상실한 만큼 더 이상 이스라엘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헤즈볼라가 새 지도자로 카셈 전 사무차장을 선출했다고 밝힌 후 갈란트 장관이 보인 반응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소셜미디어 ‘X’에 카셈의 사진을 올린 후 “임시 임명에 불과하다.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헤즈볼라 궤멸을 위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고도 적었다.
또한 네타냐후 정권은 “‘위협 발견 시’ 레바논 남부에서의 작전권을 갖게 해 달라”는 요구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의 대표적인 분쟁지인 레바논 남부는 레바논군과 이 지역의 긴장 완화를 위해 주둔 중인 유엔 평화유지군의 작전만 가능하다. 레바논 주권 침해 논란은 물론이고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완전 철군’을 조건으로 채택된 2006년 유엔 안보리 결의 ‘1701호’에도 위배된다.
이스라엘은 이 1701호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헤즈볼라의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며 작전권 요구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네타냐후 정권은 17일에도 바이든 행정부에 레바논 작전권을 요구했다. 29일 휴전 협상 논의를 위해 이스라엘에 도착한 브렛 맥거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과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특사 아모스 혹스틴이 이 같은 요구에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관심이다.
● 가자지구 공습과 구호품 통제 강화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압박도 지속하고 있다. 29일 이스라엘이 공습한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라히야에서는 30일 기준 최소 9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알자지라 등이 전했다. 같은 날 인근에 있는 다른 건물도 공습을 받아 최소 19명이 숨졌다. 건물 잔해에 깔린 실종자, 중상자 등을 감안하면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 의회는 가자 주민을 돕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활동을 상당 부분 제한하는 법을 28일 통과시켰다. 바이든 행정부는 표결 전 “UNRWA가 가자지구에서 대체할 수 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반대했지만 막지 못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 일각에서는 네타냐후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구호품 반입과 이스라엘 군사 지원을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미국은 미국발(發) 구호품의 반입을 막는 국가에는 군사 지원을 허용하지 않는데 이 점을 이용해 이스라엘을 압박하자는 취지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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