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의협회장 ‘탄핵’ 갈림길··· 의협, ‘막말’ 이미지 벗고 의료계 구심점 될까

이혜인 기자 2024. 10. 3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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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의협)가 다음달 10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현택 회장 불신임 건을 투표에 부친다. 사진은 지난 5월 의협 회장 취임식 당시 임 회장의 모습. 조태형 기자

‘막말’과 부적절한 합의금 요구 등으로 논란을 빚던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에 대해 의협 대의원회가 다음달 10일 불신임 투표를 진행한다. 그간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 내부 단체들과 잦은 갈등을 빚던 임 회장이 물러나는 것을 계기로 의협이 의료계 대표성을 회복하고 의·정갈등 해결의 중심에 서게될지 주목된다.

30일 의협 등에 따르면 다음달 10일 열릴 임시총회에서 제적 대의원 3분의 2이상이 출석하고, 이들 중 3분의 2 이상이 안건에 찬성하면 임 회장은 물러나게 된다. 임 회장은 지난 5월 취임했다. 이번에 탄핵된다면 임기 반 년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임 회장이 물러난 후 의협은 60일 내에 새 의협회장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의협 내부에서 임 회장에 대한 불신임 기류가 강해진 것은 8개월 넘게 계속되는 의료대란을 임 회장 체제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조현근 의협 부산광역시 대의원은 지난 21일 “현재 의협 집행부는 학생과 전공의 뿐만 아니라 의사 회원들에게도 완벽히 신뢰를 잃었으며, 지금의 의협은 지도부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며 “하루 빨리 현 의협 집행부의 책임을 물어 혼란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불신임 절차를 진행 중인 의협 내부 구성원들은 임 회장 체제에서 의협이 각종 의료 정책에 대해서 이렇다할 목소리를 내지 못한 점을 지적한다. 의협 대의원회 조병욱 대의원은 “의대 증원 문제와는 별개로도 윤석열 대통령이 진행하는 의료개혁이라고 하는 것이 진행되면서 생긴 문제들이 있다”며 “임 회장 집행부는 필수의료 패키지, 간호법 제정 등 각종 의료 현안에 대해서 제대로 된 정책 제시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조 대의원은 “전공의 측과 당장 이야기를 하면서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해도, 의협이 전공의들의 7대 요구안을 포함해서 더 큰 정책 제시를 해야 한다”며 “그러면 좀 더 (전공의들과 함께할) 여지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임 회장 취임 직전까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의협을 이끌었던 김택우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은 “불신임까지 오게 된 데는 막말과 최근 현금 수수건으로 인해서 협회의 명예를 실추시킨 부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한 서울시의사회 간부를 고소했는데, 임 회장이 고소 취하 조건으로 5만원짜리로 1억원을 요구했다는 녹취록이 최근 공개돼 문제가 됐다. 김 회장은 “(이런 일들로 인해) 전공의와 의대생들까지 의협을 외면하고, 의협이 대국민 메시지를 던지기가 참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협이 대표성과 위상을 다시 확립해야만 (의료대란) 사태가 장기화될 때 의협이 여러 직역을 아울러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임 회장이 물러나더라도 당장 의료계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거나, 의·정갈등이 봉합되기는 쉽지 않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2020년 파업 때도 그랬지만, 의료계는 단체가 여러 개라서 항상 어떤 단체가 대표성을 띄느냐 문제가 나온다”고 말했다. 2020년 의사 단체행동 때 최대집 전 의협회장이 당정과 ‘9·4 의정합의’를 체결했으나, 당시 투쟁에 앞장서던 전공의들은 최 회장이 독단적으로 협약을 맺었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임 회장 이후에 누가 의협 회장이 되더라도 결국 상황이 해결되려면, 전공의들이 테이블에 앉는 상황이 조성돼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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