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370만주 유증하면…지분 대결 누가 유리할까?

이창훈 기자 2024. 10. 3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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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청약 시 지분 차이 사라져
영풍 35% vs 최윤범 35% 팽팽
"명백한 배임" vs "법적 문제 없어"
캐스팅보트 국민연금 판단 주목

[서울=뉴시스]이창훈 기자 = 고려아연이 주당 67만원에 총 373만2650주의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영풍 측과 벌이고 있는 경영권 분쟁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주목된다.

고려아연이 만약 유상증자에 성공하면, 영풍 측이 최윤범 회장 측에 비해 지분율이 3% 정도 높은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상대적으로 지분 구도가 '영풍 측 소폭 우세'에서 '양측 박빙'으로 뒤바뀔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이번 유상증자 성공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유상증자 성공 시 지분 격차 거의 없어

30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일반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 건을 의결했다. 고려아연은 373만2650주의 신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청약 예정일은 12월 3~4일이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총 모집 주식 수만큼 실제 청약이 이뤄지면 전체 발행 주식은 2070만3283주에서 2443만5933주로 늘어난다. 여기에서 고려아연이 소각 예정인 자사주(204만30주)를 제외하면 전체 발행 주식은 2239만5903주다.

고려아연의 이 유상증자가 100% 청약에 성공하고 자사주 소각도 계획대로 모두 이뤄졌다고 가정하면, 이번 유상증자로 늘어나는 주식 규모는 16.7%다.

이 중 고려아연이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하는 신주(74만6530주)의 지분율은 전체 지분 중 3.34%에 해당한다. 고려아연은 이번에 발행하는 신주의 20%인 74만6530주를 법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할 계획이다.

동일한 조건에서 영풍 측이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 가능한 최대 지분은 0.5%에 불과하다. 고려아연은 우리사주조합이 아닌 나머지 80% 물량에 대해서는 청약자와 그 특별관계자에게 총 모집 주식 수의 3%(11만1979주) 내에서만 단독으로 배정하기 때문이다.

결국 고려아연이 이번 유상증자에서 100% 청약을 한다고 해도 최대 11만1979주만 확보할 수 있고, 고려아연 측의 자사주 소각까지 감안하면, 영풍 측 지분율은 기존 38.47%에서 35.56%로 되레 감소한다.

최윤범 회장 측 지분율도 기존 35.40%에서 32.73%로 줄어든다. 하지만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3% 이상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면 총 36.07%로, MBK-영풍 연합을 앞설 수 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계획 등 경영권 방어 방안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0.02. bluesoda@newsis.com

국민연금, 고려아연 유상증자 어떻게 볼까?

최 회장 측은 이번 유상증자로 영풍 측과의 지분 차이를 사실상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지만, 배임 논란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고려아연이 주당 89만원에 자사주 공개매수를 추진하면서 빌린 2조3000억원을 주당 67만원의 신주 발행을 통해 갚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영풍 측은 이미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추진 계획을 "명백한 배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주당 89만원으로 자사주를 공개매수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차입해놓고도, 이 차입금을 상환할 목적으로 주당 67만원에 신주를 발행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법적 문제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측은 "자본시장법 제165조의6에 따르면 주권 상장법인이 일반 공모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경영상 목적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경영권 방어 목적 여부와 무관하게 상장 주식은 일반 공모 방식의 신주 발행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논리다.

의결권 기준으로 고려아연 지분 7.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최 회장 측의 이번 유상증자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도 관심거리다. 만약 국민연금이 이번 유상증자가 주주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영풍 측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일부에선 최 회장 측이 국민연금의 기권표 행사까지 염두에 두고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최 회장 측에 찬성표를 던져왔지만, 이번 유상증자 이후 최 회장 측에 찬성표를 던지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국민연금이 한때 주당 100만원을 넘었던 고려아연 주식을 주당 67만원에 신주 발행하는 고려아연 입장에 쉽사리 지지표를 던지기는 힘들다는 논리다.

일부에서는 영풍 측이 또 다시 공개매수에 나서며 지분율을 더 끌어올릴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hun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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