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우정선행상 대상에 ‘길작은도서관’ 연 김선자씨
전남 곡성 서봉마을엔 작은 도서관이 하나 있다. 겉보기엔 평범한 시골집 같지만 방에는 책이 가득하고, 미술·음악 수업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20년 전 이곳으로 이사온 김선자(53)씨가 마을 아이들을 위해 연 배움터다.
김씨는 저녁 늦게까지 마을을 배회하는 조손 가정, 한부모 가정 아이들을 보고선 돌봄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도서관을 열었다. 처음엔 김씨 집 방 하나를 책방처럼 꾸며 시작했지만, 2011년 이웃 할머니의 집을 사서 수리하고는 ‘길작은도서관’으로 이름 붙였다. 지금은 아이들이 마음껏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미술·글쓰기 같은 문화예술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는 공간이 됐다.
김씨는 책 정리를 도우러 온 할머니들이 까막눈인 걸 눈치 채곤 직접 한글도 가르쳤다. 할머니들에게 숙제로 내준 시를 모아 시집 ‘시집살이 詩집살이’ ‘눈이 사뿐사뿐 오네’를 펴냈다. 이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시인 할매’가 2019년 세상에 나왔다. 영화 상영 이후 청년들이 도서관 일을 도우려 서봉마을을 찾으면서 마을은 더 활기차졌다.
코오롱그룹 오운문화재단은 김선자씨를 제24회 우정선행상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우정선행상은 고(故) 이동찬 코오롱 선대회장의 호인 우정(牛汀)을 따서 2001년 제정한 상이다. 코오롱그룹이 1999년 사외보 ‘살맛나는 세상’에 사회 미담 사례를 소개한 것을 계기로 나눔 문화를 널리 전하기 위해 만들었다.
올해 본상은 인터넷 카페 봉사단체 ‘아름다운동행’을 개설해 장애인 지원에 앞장서온 김형자씨, 웹툰 작가와 팬들이 만든 봉사동호회 ‘문스패밀리 봉사원정대’, 30년간 치과 진료 봉사활동을 펼쳐온 양춘호씨가 수상했다.
한편, 이날 서울 강서구 마곡 코오롱 원앤온리타워에서 열린 시상식엔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 참석해 수상자를 격려했다. 2014년부터 선대회장의 뒤를 이어 오운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아온 이 회장은 2018년 경영 은퇴 후에도 우정선행상 시상식만큼은 한해도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선한 씨앗을 뿌리면 감사의 기억들이 양분이 돼 이 씨앗을 자라게 한다”며 “더 많은 선행의 씨앗이 사회에 퍼져 살맛나는 세상이 되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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