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과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 [2024 한국건축문화대상]

김민경 기자 2024. 10. 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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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산과 하늘이 가득한 풍경 아래 사각의 떠 있는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두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지은 주말주택 '양평사색'이다.

양평사색은 '사색(四色)'과 '사색(思索)'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4인의 색깔과 사시사철 사색하는 곳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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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부문 주택분야 본상
양평사색
경기 양평군 지평면 전원주택 단지에 자리한 '양평사색' 전경. 사진 제공=텍스처 온 텍스처
[서울경제]

푸른 산과 하늘이 가득한 풍경 아래 사각의 떠 있는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군더더기 없는 직각의 건축물 뒤로는 산자락이 어우러져 다채로운 배경을 만들어낸다. 두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지은 주말주택 '양평사색'이다.

양평사색은 '사색(四色)'과 '사색(思索)'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4인의 색깔과 사시사철 사색하는 곳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건축을 의뢰한 두 가족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새롭게 고민했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장소인 만큼 집이란 어떤 공간이어야 하고 그 공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생각했다.

양평사색은 이들이 주말마다 갈 곳 잃은 기러기처럼 방황한 끝에 찾은 답이다. 평일에 같이 일하고 주말에도 함께 여행을 다니는 만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지트와 편안한 휴식을 누릴 수 있는 세컨드 하우스를 계획했다. 양평사색이 들어선 마을은 조성된 지 10년 정도 된 전원주택 단지다. 골프장, 수영장 등 부대시설이 갖춰진 가운데 아름답고 고요한 자연풍경이 두 부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개방감이 돋보이는 1층 거실. 주문제작한 대형 테이블을 놓아 공간을 분리했다. 사진 제공=텍스처 온 텍스처

양평사색은 이 곳에서의 일상과 그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담는 그릇의 역할에 충실하다. 투명한 유리상자 같은 1층은 구획되지 않은 거대한 공간으로 주말에 지인들을 초대해 파티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매일 생활하는 집이 아닌 주말마다 놀고, 쉬러 오는 것이 목적인 만큼 방 하나 없이 거실과 주방, 게스트 화장실로만 이뤄져 있다. 구조가 단조로운 만큼 자유로운 동선과 답답함 없는 탁 트인 개방감이 장점이다.

홍보대행사를 하는 건축주의 직업상 소품촬영의 스튜디오로도 쓸 수 있도록 고려했다. 특히 가구에도 관심이 많아 건축은 그저 배경이자 가구를 담는 그릇의 역할이 되도록 의도했다. 건축적 형태 역시 지극히 중성적이어서 스스로를 드러내거나 어떤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2층의 경우 남측 테라스는 4.5m, 서측 정원 1.8m의 기둥 없는 캔틸레버(한쪽 끝만 고정되고 다른 끝은 기둥이 없는 보) 구조다. 4.5m의 캔틸레버는 2층 벽체 전체가 보의 역할을 하면서 구조에 부담을 덜어준다. 양평사색은 이 구조 때문에 단독주택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구조심의를 별도로 받기도 했다.

캔틸레버 아래 외부 공간은 쾌적한 야외생활을 위해 깊은 처마를 만들었다. 사진 제공=텍스처 온 텍스처

캔틸레버 아래 외부 공간은 주택으로서는 다소 비일상적으로 보일 만큼 넓다. 주말주택인 만큼 파티룸을 위한 공간으로 남겨뒀다. 덕분에 담장과 프레임을 이루며 밖의 경관을 안으로 끌어들이고 날씨에 상관없이 쾌적하게 바깥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외부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콘크리트 담장을 높게 쌓았고 자유롭게 테라스에 드나들 수 있도록 필로티 구조로 설계했다.

2층의 침실과 욕실들은 내밀한 박스 안에 비밀스러운 사각의 중정들을 품고 있다. 두 가족의 방을 데칼코마니처럼 남북으로 놓고 그 사이에 게스트룸을 배치했다. 특히 각자의 개성을 살린 욕실이 관전 포인트다. 한 가족은 아이가 있어 따뜻한 물로 수영할 수 있도록 조적 스타일의 욕조를 만들었다. 호텔 같은 욕실을 꿈꿨던 또 다른 가족은 원목과 베이지 톤을 사용한 아늑한 건식 욕실을 완성했다. 특히 방마다 개별 테라스가 있어 편안하게 내·외부를 오가며 개인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집 안에 두 가족을 위한 별채를 따로 꾸린 셈이다.

2층까지 높은 천장으로 열린 현관은 과감하게 거실과의 단차를 없앴다. 현관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계단을 통해 2층을 오를 때 3개의 중정들에 난 창을 통해 환한 햇빛과 녹음이 들어와 의외의 풍성한 열림을 선사한다. 얼핏 폐쇄적으로 보이는 박스와는 180도 다른 풍경이다.

중정이 있어 개방감이 느껴지는 2층 게스트룸. 사진 제공=텍스처 온 텍스처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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