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적인 학교와 다른 참신한 공간으로 변신 [2024 한국건축문화대상]
용남고등학교
우리가 ‘학교’라는 단어를 들을 때 흔히 떠올리는 전형적인 건축물의 이미지가 있다. 반듯하고도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의 붉은색 벽돌 건물이다. 건물 앞에는 넓은 운동장도 필수다. 하지만 경상남도 사천시에 소재한 ‘용남고등학교'를 마주하면 이 같은 그림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게 학교 건물이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천편일률적인 보통의 학교 건물과 다른 모습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 같은 참신함을 인정받아 용남고는 2024 한국건축문화대상 건축물 공공분야 본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교육부에 의해 대한민국 우수 교육시설로 선정됐으며, 경남 건축상 대상도 받았다.
용남고가 처음부터 이처럼 독특한 외관을 갖췄던 것은 아니다. 1968년 개교한 용남고는 2019년 교육부의 학교 단위 공간혁신 사업 공모에서 선정되면서 2022년 개축에 들어갔고 지난해 준공되며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됐다.
설계를 담당한 박기우 박기우비정형건축설계연구소 대표와 민정기 ㈜가이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기존 학교건축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은 ‘떠다니는 학교(Floating School)’를 콘셉트로 건축에 나섰다. 이들이 이 같은 방향을 잡은 것은 기존 학교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기존 복도형 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움직임을 수직적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 행동반경도 예측 가능하고 제한적으로 만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설계자는 공간의 제한이 행동의 제한, 더 나아가 사고의 제한을 가져오는 만큼 학교를 기하학적이고 불규칙적이며 예상할 수 없어 직접 학생들의 경험을 유도하는 건축물로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용남고의 교실들을 모두 공중에 띄워 테라스 형태로 펼쳤고, 교육 공간도 수직 상하 체계가 아닌 수평 체계로 만들었다. 덕분에 교실은 학년이나 나이의 구별이 없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교실도 단순히 반복되는 형태로 배치하지 않고, 예측하기 어려운 즉흥적인 형태로 배치해 학생들이 호기심과 창의력을 스스로 발휘해 교실 공간을 탐험할 수 있도록 했다. 모든 교실에 전자 칠판을 설치해 무선 통신과 쌍방향 수업도 가능하도록 했다. 교실 아래에는 오픈형 도서관을 뒀는데 이 같은 공중교실들과 도서관의 입체·유기적 연결을 통해 학생들이 호기심과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설계자는 “'떠 있는 학교'는 공간을 예측할 수 없고 제한을 두지 않아 학생들의 사고를 자극하고 확장시킨다”며 “이는 학생들의 변화와 도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정형적인 교실공간은 학생들의 반복성을 줄이고 매번 다른 시도로 공간에 접근하도록 한다"며 "이를 통해 학생들의 생활패턴도 다양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고교학점제의 경우 과목별로 수강 인원과 수업 방식 등이 달라 다양한 교실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이동식 가벽(무빙월)과 접이식 문(폴딩도어)을 설치했다. 이 경우 필요에 따라 교실 크기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교학점제란 학생이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의 학점을 취득·누적해 졸업을 인정하는 제도다. 학생들은 원하는 과목을 스스로 골라 교실을 옮겨 다니며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용남고는 2020년 고교학점제 선도 학교로 지정됐다.
설계자는 기존 용남고와 용남중의 단차와 옹벽으로 인해 부재한 학교 전체의 구심점도 마련했다. 기존 용남고와 용남중은 같은 대지에 위치하고 운동장 등을 공유했지만 용남고가 용남중보다 4.2m나 높은 곳에 위치한데다 옹벽까지 있어 사실상 단절돼 있었다. 설계자는 둘을 분리시키는 옹벽을 철거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만나는 지점에 학교 전체의 구심점이 될 중앙광장을 배치해 학생과 교사, 주민들과의 만남의 자리를 조성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간의 단차는 테라스 형태의 교실을 통해 자연스럽게 극복하도록 했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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