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계열분리] "엄마가 가르마 잘 타줄게"… 갈라지는 `정남매 경영`
정유경, 9년만에 회장으로 승진
각 18.56% 지분으로 '최대주주'
분란없는 경영위한 설계로 해석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장남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 딸 정유경 회장의 신세계백화점 간 계열분리를 위한 가르마를 확실히 탔다. 30일 오전 발표한 신세계그룹의 2025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서다.
이날 인사의 핵심은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9년만에 회장으로 전격 승진한 것이다. 앞서 지난 3월 정용진 신세계그룹부회장의 회장 승진이 단행된 지 7개월 만이다.
이번 인사로 정유경 회장의 백화점 부문 계열사에 대한 경영에 확실히 힘이 실리게 됐다. 공정위 승인 등 행정절차만 밟지 않았을 뿐, 이번 인사가 사실상의 계열분리를 의미한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신세계의 부회장 승진을 건너뛰고 '회장'으로 두 단계 승격을 이뤄낸 만큼, 정유경 사장의 백화점 부문 독자경영 행보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 부문 계열사 대표에 대한 인사에서부터 시작해 경영 전반에서 본인의 강화된 입지를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신세계 내부에서도 깜짝 놀랄만한 것이었다"면서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이 완전하게 분리되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이제 둘 다 회장이 됐으니,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이 각자 경영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제까지는 신세계백화점이 정용진 회장이 있는 신세계그룹 산하 조직 같은 분위기가 강했다면, 이제는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 각각에 회장이 생긴 것"이라며 "부문별 경영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분란 없는 남매경영'을 이루겠다는 이명희 총괄회장의 치밀한 설계의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은 2011년 이마트와 백화점을 2개 회사로 분할하고 장남 정용진 회장에게 이마트를, 딸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백화점 사업을 각각 맡기며 '남매 경영' 체제를 가동했다. 이후 남매 간 지분 교환, 이명희 총괄회장·정재은 명예회장의 지분 증여, 주식 교환 등을 전개해 오며 이마트와 신세계가 계열사를 양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2019년에는 백화점 부문, 이마트 부문을 신설해 ㈜신세계와 ㈜이마트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게 했다. 2020년에는 이 총괄회장이 정용진 회장에게 이마트 지분 8.2%를, 정유경 회장에게 신세계 지분 8.2%를 각각 증여했다.
이 같은 어머니 총괄회장의 '가르마 전략'에 따라, 신세계그룹의 소유지분도는 비교적 깔끔히 정리된 상태다. 소유지분도를 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각각 이마트 지분 18.56%, 신세계 지분 18.56%를 보유한 최대주주며, 이 총괄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0.0%씩 보유하고 있다.
이마트는 주요 계열사로 G마켓(지마켓), SCK컴퍼니(스타벅스), 이마트24, 신세계프라퍼티(스타필드), 신세계푸드, 조선호텔&리조트 등을 두고 있다. 신세계는 백화점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주요 계열사로는 신세계디에프(면세점)와 신세계인터내셔날(패션·뷰티), 신세계센트럴시티, 신세계까사, 신세계라이브쇼핑 등이 있다.
다만 SSG닷컴(쓱닷컴)은 이마트가 최대주주로 45.6%를 갖고 있고, 신세계가 24.4%로 2대 주주로 있는 상태다. 계열분리시 지분율이 더 높은 이마트쪽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수익을 잘 내는 쪽은 이마트 부문보다는 백화점 부문이다. 작년 이마트 부문은 매출 29조4722억원에 영업적자 469억원을 낸 반면, 백화점 부문은 매출 6조3571억원, 영업이익 639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이마트 부문은 매출 14조2627억원, 영업이익 125억원을 달성했고, 백화점 부문은 매출 3조2091억원에 영업이익 2805억원을 달성했다.
이러한 가운데 행정적 절차가 수반되는, 공식적인 계열분리가 완료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계열분리는 내부적으로 정리를 해봐야 하는 것이라, 일단 외부적인 것 이전에, 내부적으로 계열분리를 어떻게 잘 해나갈 것인지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이제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완전한 계열분리 이후에는 이 총괄회장의 정용진·유경 회장에 대한 후속 증여가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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