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사망' 급발진 의심 사고…'할머니는 죄가 없다' 종결
류희준 기자 2024. 10. 30. 16:24
▲ 지난해 3월 경찰서 나서는 급발진 의심 사고 할머니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손자 이도현(사망 당시 12세)군을 잃은 할머니가 수사기관의 재수사에서도 '죄가 없다'는 판단을 받고 형사책임에서 벗어났습니다.
강릉경찰서는 최근 춘천지검 강릉지청의 '송치요구 불요' 결정에 따라 사건 관련 서류를 검찰로부터 넘겨받았습니다.
송치요구 불요란 불송치 결정을 했던 경찰이 검찰의 요청에 따라 사건을 재수사했음에도 '혐의가 없다'는 결과를 검찰에 보낼 경우, 검찰 역시 기소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 사건을 종결짓는 결정입니다.
이로써 할머니 A(71) 씨는 사건 발생 1년 10개월 만에 혐의를 완전히 벗게 됐습니다.
A 씨는 2022년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에서 도현 군을 태우고 티볼리 승용차를 몰던 중 급발진 의심 사고로 도현 군을 잃었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형사입건됐습니다.
도현이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지역사회는 물론 전국에서 A 씨에 대한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가 빗발쳤습니다.
경찰은 '기계적 결함은 없고, 페달 오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 결과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2023년 10월 A 씨의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사안이라고 판단해 불송치 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급발진 의심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도현이 가족 측과 KG모빌리티(이하 KGM·옛 쌍용자동차) 간 손해배상 소송에서 제출된 자료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했습니다.
사건을 다시 살핀 경찰은 9개월간의 재수사 끝에 앞선 수사와 마찬가지로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급발진 의심 사고 형사사건에서 경찰이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불송치 결정을 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전국적으로도 사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도현이 가족은 현재 KGM을 상대로 7억 6천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으며, 재판부는 오는 12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증인신문을 한 뒤 내년 2월 1심 판결을 선고할 방침입니다.
도현이 아빠 이상훈 씨는 "어머니가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벗고, 편하게 사셨으면 한다"며 "제조사와의 민사소송을 통해 이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 끝까지 싸우고, 도현이법(제조물 책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반드시 제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류희준 기자 yooh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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