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바람·달···공간 곳곳에 자연을 담아낸 안식처 [2024 한국건축문화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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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조풍월(花鳥風月)은 오랜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경기 양평군 옥천면 용천리로 내려온 한 가족의 소망에서 출발한 전원주택이다.
두 명의 자녀를 둔 건축주는 906㎡(약 274평)에 달하는 땅이 다양한 자연으로 채워지길 원했다.
소수건축사사무소는 대지의 중심에 가족을 위한 공용 공간을 두고, 이 지붕을 중심으로 내외부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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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조풍월
화조풍월(花鳥風月)은 오랜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경기 양평군 옥천면 용천리로 내려온 한 가족의 소망에서 출발한 전원주택이다. 두 명의 자녀를 둔 건축주는 906㎡(약 274평)에 달하는 땅이 다양한 자연으로 채워지길 원했다. 집 안팎으로 변화하는 자연을 담아내기 위해 다각적으로 시도한 결과 ‘본연의 자연(바깥 정원)’과 ‘만들어진 자연(안마당)’이 모두 주인공인 집이 탄생했다. 낮게 펼쳐진 단층의 층별 계획, 네 가지 질감의 노출 콘크리트 마감,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내외부 공간까지 곳곳에 자연을 녹여내고자 하는 건축가의 고민이 투영됐다.
화조풍월은 밖에서 보면 벽에 가까운 노출 콘크리트 담장이 높게 집의 전면을 감싸고 있다. 대지의 전면에 큰 도로변과 정리되지 않은 나대지가 있는 만큼 주변 환경과 거리를 두고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된 구조다. 화조풍월의 담장은 시선 차단 기능에 그치지 않는다. 바깥 정원의 상하부에 틈을 만들어 자연을 집 안으로 들였다. 대지의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풍경이 아름답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특히 설계자는 바깥 정원의 영역마다 자연을 구분해 들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땅에서 띄워진 틈 사이의 하부 영역에는 초화류를 심어 계절과 시간에 따라 바깥 정원과 외부의 경계가 바뀔 수 있도록 했다. 중간 영역은 벽이 물결치는 형태인 점을 감안해 여름에는 바람과 빛에 잘 반응하고, 겨울엔 벽을 배경으로 삼아 줄기의 미감이 드러날 수 있는 식재들을 계획했다. 바깥 정원의 가장 높은 영역에는 캐노피 형식의 지붕과 벽 사이에 틈을 뒀다. 이 틈은 먼 산의 풍경을 정원 안으로 들여온다. 맞은편 먼 풍경의 산까지 연결되는 산세가 조금씩 다른 높낮이의 지붕의 영향을 받아 부드럽게 이어진다. 마감에도 조금씩 차이를 둬 노출 콘크리트를 합판 거푸집, 각재 심기, 표면 갈기, 표면 쪼기의 네 가지 방식으로 변주를 줬다.
본채와 별채 사이의 안마당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식재와 우드 칩을 활용해 꾸몄다. 이를 통해 본래의 자연은 시각적으로,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안마당은 후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자연이 주인공인 화조풍월에서 가족이 생활하는 내부 공간은 어떨까. 소수건축사사무소는 대지의 중심에 가족을 위한 공용 공간을 두고, 이 지붕을 중심으로 내외부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내부 공간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부분은 단연 천장이다. 소수건축사사무소는 천장을 노출 콘크리트 소재와 반원형 모양으로 만들었다. 집 내부의 가장 큰 공간과 바깥 정원을 동일한 소재로 마감해 내외부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 것이다.
동시에 거대한 천장을 기둥 없이 최소한의 구조로 지지해 창을 열면 공용 공간이 안팎의 자연과 연결되는 ‘루(樓)’가 되도록 했다. 노출 콘크리트의 거친 마감은 해와 달을 보며 살고 싶다는 건축주에게 달의 표면을 연상케 한다. 천장 4면의 경계를 따라 가느다랗게 난 창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빛을 집 내부로 들여온다.
‘2024 한국건축문화대상’의 심사단은 “건축주의 바람에서 단서를 추출해 의미를 부여하고 물질화하는 건축가의 의도가 명확하다”며 “오늘날 우리의 단독주택에서 흔치 않은 시도를 높게 샀다”고 설명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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