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눈 치료로 보험금 30억 타낸 여성, 12억 반환 위기

이학준 기자 2024. 10. 3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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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비보험 29개 가입해 6년 동안 30억원 수령
2020년 승소 이후 티눈 치료 횟수 5배 급증
보험사 상대로 대담한 소송 제기
부정수급 인정돼 보험금 반환해야
일러스트=이은현

6년 동안 발바닥에 난 티눈을 치료하겠다며 냉동응고술을 수천번 받고 30억원이 넘는 보험금을 타낸 여성이 12억원 가량을 반환하게 됐다. 여성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했지만, 결국 부정한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인정되면서 그동안 받은 보험금을 반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30일 보험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정현석 부장판사)는 KB손해보험이 A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서 A씨가 보험사에 11억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지난 18일 선고했다. A씨는 2016년 6월 KB손해보험의 질병수술비보험에 가입한 뒤 같은 해 9월 26일부터 2022년 12월까지 3933회에 걸쳐 냉동응고술을 받고 11억8000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재판부는 A씨가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했다고 판단했다. A씨는 KB손해보험을 포함, 2013년 3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가입한 보험만 29개에 달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180만원을 받는 A씨가 내야 할 보험료는 월 132만9000원이었다. 재판부는 “자신의 수입 등 경제적 사정에 비추어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액인 보험료를 정기적으로 내야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정 등은 보험금 부정취득의 목적을 추인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라고 했다.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2019년 10월까지 총 15억3700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모두 티눈·굳은살 치료 목적으로 받은 냉동응고술에 대한 보험금이었다. 수술비보험은 월 보험료가 3만~9만원인데, 냉동응고술과 같은 수술을 받을 때마다 30만~40만원의 보험금을 정액 지급한다. 못해도 20만원의 차익을 보는 셈이다.

A씨는 냉동응고술이 액체질소를 분사해 티눈을 피부에서 제거하는 매우 간단한 수술이라는 점을 감안해 일요일·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피부과를 방문해 수술을 받았다. B병원에서 왼쪽 3번째 발가락 티눈 수술을 받았다면, 다음날에는 C병원에서 왼쪽 발바닥, 다음날에는 D병원에서 오른쪽 엄지발가락 치료를 받는 식이다. A씨는 냉동응고술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의사의 조언에도 냉동응고술을 고집했다. 일부 의사에게는 “최대한 약하게 자주 (치료를) 받기를 원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A씨가 보험금을 타내기 시작한 때는 2016년 9월 무렵이다. 당시에는 수술을 7번 받은 게 전부였다. 하지만 2017년 210회, 2018년 240회로 점점 늘어갔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보험사들은 A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MG손해보험이 2017년 A씨를 상대로 보험금 1710만원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씨 손을 들어줬고, 이어진 항소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전경. /조선DB

법원의 인정을 받은 A씨는 본격적으로 티눈 보험금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기 시작했다. 매년 200회 수준이던 냉동응고술 횟수는 2021년 412회, 2022년 1407회, 2023년 1~3월 227회로 급증했다. 이렇게 A씨가 2020년 1월 8일부터 받아낸 보험금만 15억6300만원에 달한다. 2019년 10월까지 받은 15억3700만원을 합하면 30억원이 넘어간다.

A씨는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2018년 시작된 한화손해보험과의 보험금 소송에선 약 3년 동안 1~3심 모두 승소하는 성과를 냈다. 2018년 흥국화재가 제기한 소송에서도 승소했고, KB손해보험과의 법적 분쟁에서도 이겼다. 그러자 A씨는 2021년 MG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을 상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시작했다.

하지만 두 재판의 결과는 달랐다. A씨는 현대해상을 상대로 98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해 승소했으나, 지난해 5월 항소심에서 판단이 뒤집혔다. 같은 해 11월 MG손해보험과의 보험금 소송에선 보험금 8250만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도리어 1783만원을 보험사에 돌려줘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두 재판부 모두 A씨가 보험금을 부정 수령할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했다고 판단,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판시했다.

특히 흥국화재는 지난 5월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A씨와 체결한 계약이 무효임을 인정받고, 더 이상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파는 판단을 받았다. A씨는 흥국화재에서만 티눈 보험금 7억7250만원을 수령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데, 같은 결과가 나오면 받은 보험금을 돌려줘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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