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폭스바겐서 시작된 ‘퍼펙트 스톰’…‘포르쉐’도 전기차서 선회?
[앵커]
유럽 최대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이 독일 내 공장도 폐쇄하기로 했습니다.
전체 직원 임금의 10%를 삭감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데요.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폭스바겐은 독일의 핵심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 폭스바겐 근로자들은 크게 걱정하고 있죠?
[기자]
폭스바겐이 독일 내 공장을 적어도 3곳 이상 폐쇄하고 폐쇄 공장 이외에 다른 사업장도 생산량을 축소하거나 외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전해졌습니다.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열린 직원 설명회에서 이같은 회사 측 제안이 공개됐는데요.
[플로리안 허쉬/폭스바겐 근무 : "아직 정확한 방향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동료들은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이사회는 고용 보장과 공장 폐쇄 문제를 제외하고는 아직 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독일 내에서의 공장 폐쇄는 폭스바겐의 87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폭스바겐 그룹은 세계적으로 68만 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약 12만 명이 독일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독일 언론들은 공장 폐쇄에 따른 인력 감축 규모는 최대 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독일 남부 츠비카우에서는 생산공장 앞에서 근로자들의 시위가 벌어졌는데요.
우리의 일, 우리의 지역, 우리의 미래라는 슬로건을 들고 행진하는 근로자들은 모두 침통한 표정이었습니다.
노동조합은 사측의 제안에 반대하고 있어서 전면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앵커]
유럽 자동차 기업들이 다 어려운 상황인데, 폭스바겐 그룹에는 아우디랑 포르쉐도 속해있는데, 전기차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수정하고 있죠?
[기자]
포르쉐는 2030년까지 생산되는 차량의 80%를 순수 전기차로 전환한다면서 전기차로의 대대적인 전환을 예고했었는데요.
이 계획을 사실상 수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차 공장에서 내연차와 하이브리드차도생산할 수 있도록 조정한다는 계획인데요.
루츠 메슈케 포르쉐 최고재무책임자는 전기차에 대한 확신이 없다며 내연 기관 자동차 생산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전기차에서 내연기관 차로 초점의 일부를 다시 옮기겠다는 취지인데요.
포르쉐는 올해 3분기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6.7% 감소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의 포르쉐 판매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 중국내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32% 가량 줄었습니다.
유럽 자동차 기업뿐 아니라 미국 기업들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집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기업인 포드가 전기차 부분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올해 3분기 순이익도 전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나 줄어들었는데요.
무엇보다 전기차 수요가 줄면서 판매 부진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앵커]
전세계를 호령하던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이 위기에 빠진 건 전기차 부분에서 중국 업체들의 성장 때문인데, 어떻게 위기를 타개하려고 하나요?
[기자]
자동차 업계가 퍼펙트 스톰에 직면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데요.
세계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에서 자동차 수요가 줄어든 데다 중국 기업들이 전기차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유럽 시장을 공략하면서 기존의 자동차 업체들이 밀려나고 있는 겁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비야드나 니오 같은 중국 자동차 업체가 유럽 회사들에 비해 30%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더 좋은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과거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중국 업체들이 관세 장벽을 피하기 위해 미국이나 유럽에 공장을 짓고 현지에서 생산하기 시작한다면 과잉 생산 문제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또, 중국 업체들이 현지에 공장을 짓더라도 비용이 덜 들고 중국과 관계가 좋은 헝가리 같은 동유럽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는데요.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느냐, 협력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건데, 경쟁하기에는 이미 뒤처졌고, 그렇다고 적극 협력하기에도 방법이 마땅치 않아 위기 극복이 불투명해 보입니다.
[앵커]
기업들은 일단 중국과 협력하면서 경쟁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죠?
관세 장벽에도 난색을 표하고 있어요?
[기자]
중국 기업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차를 생산해 내면서 위협해오자 유럽과 미국은 관세를 대폭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데요.
이같은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우는 방침에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차에 관세를 높이는 것은 결국 위기를 가속할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추이홍젠/베이징외국어대 EU·지역개발연구센터 소장 : "여러 해 동안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 시장에 대한 참여를 강화했고, 특히 많은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와 긴밀한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했습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독일 재무장관 : "우리가 갖고 싶어 하는 독일 엔지니어링 제품이 중국에서 생산돼 다시 유럽으로 들어올 때 세금이 부과되는 방식인데요, 저는 이것을 자해로 인한 피해라고 부릅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중국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유럽 연합에 중국산 자동차에 관세 인상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는데요.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 업체들이 가장 큰 위협이자 또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가진 고객인 만큼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동차 업계는 앞으로 자율주행 등 첨단 분야에서 경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요.
변화하는 시장에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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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정 기자 (hj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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