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증권사처럼 투자하더니…농협 상호금융, 기업대출이 가계대출 역전

박창영 기자(hanyeahwest@mk.co.kr) 2024. 10. 3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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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협 상호금융 기업대출
183조로 가계대출 역전해
연체율은 가계 비교해 3배
위험 평가 역량 부족한데
부동산 급등기에 PF 늘려
금융기관을 주제어로 한 AI이미지.
농어민들 자금을 예탁받아 운영하는 상호금융인 지역농협과 지역축협에서 연체율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기업대출을 늘리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고위험-고수익 대출에 투자했다 회수를 못하는 상황에 내몰린 영향이 크다. 설립취지가 조합원의 자금 수요를 만족시키는 것인 상호금융이 수익성에 골몰하다가 본말이 전도됐다는 비판을 나온다.

3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소속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농축협 상호금융의 기업대출 잔액은 183조7428억원이다. 가계대출(166조7754억원)을 넘어서며 전체 대출 중 52%를 차지했다. 2019년엔 지역농협의 기업대출(69조2629억원)이 가계대출(185조8694억원)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연체율 또한 급상승했다. 2019년 1.37%였던 양 협동조합 상호금융의 연체율은 4.39%로 올랐다. 이는 가계대출 연체율(1.96%) 대비 세 배 넘게 높은 기업대출 연체율(6.6%)의 영향이 절대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무리하게 기업대출을 늘리다가 연체율까지 급등하는 문제는 농축협 상호금융만의 일이 아니다. 수산업협동조합 상호금융 역시 가계대출이 2019년 8조3065억원에서 올해 9월 말 8조241억원으로 축소됐다. 그러나 기업대출은 12조3541억원에서 23조1006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은 1~2% 수준에 머물렀으나 기업대출 연체율은 3.8%에서 9.16%로 수직상승했다. 총 연체율이 2.78%에서 6.85%로 치솟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산림조합중앙회 상호금융 또한 2019년 4364억원이었던 기업대출을 올해 9월 말 4조1717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불렸다. 그 사이 가계대출은 4조5980억원에서 5조6855억원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상호금융은 저금리 시기에 부동산 PF 대출에 집중하며 부실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2022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치솟으며 사업성이 악화한 PF 대출이 대규모 연체된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호금융의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은 54조6000억원으로 전체 위험노출액(216조5000억원)의 4분의 1에 이른다. 일련의 부실채권 등이 재정 상태에 영향을 미치며 농·수·신협과 산림조합 등 4개 상호금융의 조합 2208개 가운데 745개가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다.

상호금융이 기업대출을 늘리게 된 건 불어난 자산 규모에서 찾을 수 있다. 자산이 늘어난 만큼 한 번에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고 높은 수익률로 회수할 수 있는 기업대출에 관심을 쏟은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수·신협과 산림조합 등 4개 상호금융 중 1조원 이상 단위조합은 2019년 89개에서 올해 상반기 163개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애초 상호금융은 조합원의 자금 융통을 목적으로 설립된 만큼 기업대출 위험성을 따질 만한 전문 인력이 충분치 못하다는 평가다. 실제 같은 농·수협 이름을 공유하지만 NH농협은행과 Sh수협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1% 미만이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상호금융은 리스크를 검토할 만한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부동산 대출 열풍에 편승한 것”이라며 “다른 금융기관 대비 PF 부실 문제가 더 크게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이 2금융권 부실을 잇달아 지적하자 상호금융은 자구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최근 이사회에서 자회사 Sh대부(가칭) 설립 추진안을 의결했다. Sh대부는 전국 수협 회원 조합의 부실채권 정리를 목적으로 하며, 총 3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입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5월엔 신협중앙회가 KCU NPL 대부를 세웠다. 연내 3500억원 상당의 전국 신협 조합 부실채권을 정리할 계획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손자회사 MCI 대부를 통해 올해 3분기까지 처분한 연체채권은 2조1000억원에 달한다.

다만, 상호금융이 설립 취지대로 가계대출에 집중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당국이 2금융권에 1금융권과 동일한 수준의 대출 규제를 연이어 적용하면서 상호금융도 개인대출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상호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가 다음 주 초 다주택자 주담대 제한 조치를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이달 24일 새마을금고중앙회도 다주택자 주담대 제한 조치 등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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