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주’에서 하한가로…‘유상증자’ 고려아연 주가 29.94% 폭락

2조 5천억원대 ‘기습 유상증자’ 보도에 즉각 하한가로 떨어져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앞. 연합뉴스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로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나선 뒤 주가가 하한가(29.94%)까지 폭락했다.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고려아연 주가는 오전 11시56분부터 하한가인 108만1000원으로 떨어져 결국 하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전날 종가(154만3000원)보다 7만5000원(-4.86%) 하락한 146만8000원으로 시작해 146만원대에서 횡보하다 11시께부터 낙폭을 키웠고 이사회가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자 즉각 하한가까지 떨어졌다.

고려아연은 최근 영풍과 엠비케이(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공개매수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쪽 지분이 상대 쪽에 밀리자 지분율을 늘리기 위해 유상증자라는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3일로 고려아연이 영풍과 엠비케이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대항해 시작한 자사주 공개매수는 끝났다. 통상적으로 공개매수 중 오른 주가가 빠지지만, 분쟁 당사자인 양쪽 모두 공개매수로 확실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경영권 분쟁 기대감에 되레 주가가 폭등했다. 24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가가 100만원이 넘는 이른바 ‘황제주’ 지위에 올랐고 이후로도 주가는 상승세를 탔다. 24∼29일 4거래일 동안 62.45%가 올랐다. 이 때문에 한국거래소는 29일 장 종료 뒤 고려아연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30일)했다. 이후 이틀 동안 주가가 40% 이상 오르고 투자경고 종목 지정 전날 종가보다 높으면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이날 고려아연은 이사회를 열어 일반공모 증자의 건을 의결했다. 같은 날 한국거래소 전자공시 누리집에 올라온 유상증자 결정 보고서를 보면, 고려아연은 보통주 373만2650주에 대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이번 물량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로 취득해 소각하겠다고 밝힌 자사주 외에 전체 발행 주식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신주 발행가액은 1주당 67만원이다. 이사회 결의일 전날인 10월29일을 기준으로 3∼5거래일 가중산술평균주가(총 거래대금/총거래량)인 95만6116원에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할인율 30%를 적용한 금액이다.

이사회는 “①공개매수 이후 급격한 주식 유통량 감소에 따른 주가 불안정을 해소하는 한편, 관리종목 지정 내지 비자발적인 상장폐지로 인한 투자자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②자금조달을 통한 차입금 상환으로 이자 부담 경감 및 재무구조 안정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③궁극적으로 소액주주와 일반 국민 등 다양한 투자자가 주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주 기반을 확대하고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