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리벤지’ 모르모트PD “누구 무대가 제일 기억에 남냐고요?”[편파적인 디렉터스뷰]
하경헌 기자 2024. 10. 30. 15:17
편파적인 쟁점 셋
1. 연출자로서 가장 압도됐던 무대는?
2. ‘잔나비정상’의 도약, 이진호의 나락
3. 권해봄PD에게 ‘이경규’란?
최근 ‘흑백요리사’의 성공으로 넷플릭스를 통한 대한민국 오리지널 예능의 가능성도 가늠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쉽지 않은 분야는 남아있다. 바로 ‘코미디’ 장르다. 지역적인 문화, 정서의 기반이 필요하고 공감이 필요한 코미디는 아직 세계로의 진출이 어려운 장르 중 하나다.
‘모르모트’ 권해봄PD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계속 ‘계란으로 바위 치기’를 멈추지 않는 연출자다. 지난해 ‘코미디 로얄’을 론칭한 이후 이번에도 비슷한 형식의 ‘코미디 리벤지’를 통해 오리지널 코미디 콘텐츠에 다시 도전했다. 지난 시즌 ‘원숭이 교미’ 사건으로 불리는 비호감과 이번 공개 직전 불거진 개그맨 이진호의 불법도박 이슈에도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 쟁점 1. 연출자로서 가장 압도됐던 무대는?
‘코미디 리벤지’는 다섯 명의 ‘마스터’가 출연하고 그 밑에 영건 세 명씩을 붙였던 ‘코미디 로얄’과 달리, 당시 우승팀 ‘팀 이경규’의 수장 이경규가 ‘마스터’로 중심을 잡고 팀원 이창호, 엄지윤, 조훈이 그를 보좌했다. 총 세 번의 경연을 통해 관객 투표를 받아 1위를 골랐다.
“이경규 선배와 코미디언분들과 회의를 했어요. 보통 축구게임을 보면 ‘육각형’으로 각 선수의 능력치를 평가하는 형식이 있는데, ‘코미디언이라면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어요. 결론으로 ‘토크’ ‘애드리브’ ‘비주얼’ ‘에너지’ ‘연기력’ ‘아이디어’ 등이 나오더라고요. 로스팅(조롱 개그)은 아이디어와 기획력, 발상을 봤고, 즉흥연기인 임프랍(Improv)은 연기력과 애드리브 능력, 캐릭터 배틀의 경우에는 퍼포먼스와 에너지,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비주얼을 봤어요.”
그런 모든 것들을 조합했을 때, 그에게 가장 인상적인 무대는 무엇이었을까.
“신기루씨를 로스팅하는 문세윤씨의 무대가 기억나요. 그의 팀인 ‘등촌동 레이커스’팀이 부진해서 위기상황이었는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 문세윤씨가 신기루씨를 모사했죠. 그 에너지에 관객과 모든 출연자가 압도받았어요. 그리고 박나래씨의 ‘뱀여인’도 기억에 남네요. 영화 ‘파묘’의 김고은씨 캐릭터는 많이 패러디됐는데, 잠깐 나온 ‘뱀여인’은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부분이었거든요. 이는 박나래씨의 아이디어와 통찰력, 연기력이 합쳐진 역작이었습니다.”
■ 쟁점 2. ‘잔나비정상’의 도약, 이진호의 나락
지난해 첫 시즌은 전반적으로 그 형식에 있어 여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심지어 논란을 낳았다. 콩트 개그를 했던 곽범, 이재율, 이선민 등 ‘팀 정영준’의 멤버들이 원숭이 교미 개그를 들고나왔기 때문이다. 비록 후에 이경규가 오마주하긴 했지만, 당시에는 이경규의 큰 화를 부르는 등 ‘비호감’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고스란히 ‘잔나비정상’ 팀으로 다시 나와 부활했다.
“곽범, 이재율, 이선민의 ‘잔나비정상’은 ‘코미디 로얄’ 1라운드 탈락팀이었어요. 하지만 그들이 프로그램의 중심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비록 ‘리벤지’가 그들의 이름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복수’에 가장 어울리는 팀이라고 봤죠. 개인적으로는 조마조마했어요. 이번에 진짜 못하면 실력이 없다는 걸 입증하는 꼴이니까요. 그들은 가장 많이 모이고 아이디어를 짰어요. 하는 걸 보면서도 대견하고 고마운 마음이 있었죠.”
도약한 팀이 있다면 추락한 이도 있었다. 코미디언 이진호가 대표적이다. 녹화와 제작을 끝내놓고 제작발표회만 기다리던 상황에서 그의 불법 도박 의혹이 터졌다. 결국 제작발표회 현장에는 불참했고, 이후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프로그램의 부담이 됐다. 공개된 방송 분량에서 이진호의 모습은 편집되지 않았다.
“개인자격으로 출전했다면 편집을 고려했겠지만, 김용명씨와 문세윤씨 등 팀으로 나왔죠. 코미디가 합이 있고 준비한 레퍼토리가 있다 보니, 이진호씨가 없으면 팀이 이뤄지지 않았어요. 개인의 사생활로 팀에 불이익을 주는 일이 힘들었고, 쇼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있어 들어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불가피하게 편집 없이 내기로 했어요. 저희도 사건 이후 이야기를 나눴는데 ‘일은 이미 벌어졌으니 어쩌겠냐’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쟁점 3. 권해봄PD에게 ‘이경규’란?
2014년 MBC에 입사한 권해봄PD는 2015년 방송된 MBC 예능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조연출로 합류했다. 갖은 상황에 뛰어들어 몸을 사리지 않고 덤벼든다는 뜻에서 ‘실험쥐’의 의미인 ‘모르모트PD’로 불렸다. 안무가 배윤정이나 댄서 박지우와 함께한 방송분은 팬들 사이에 ‘레전드’로 불린다. 연출 데뷔의 순간부터 캐릭터로서의 매력이 있었던 셈이다.
“할 수밖에 없었어요. 피할 수 없었죠. 좋고 싫고를 떠나 막내 조연출로서 다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무보수’로 한다는 부분이 중요한 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너무 좋은 기억입니다. PD로서 어쨌든 그 시절이 없었다면 ‘권해봄’이라는 이름을 기억하시기 쉽지 않았겠죠. 이후 좋은 자양분이 됩니다. 출연자들에게 감정의 벽을 낮췄어요. ‘적어도 이 사람은 나를 이용하지는 않겠지’하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권PD는 2020년 MBC를 나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적을 옮긴다. 첫 번째 도전했던 프로그램은 의외로 ‘코미디계의 레전드’ 이경규와 함께 하는 리얼리티 ‘찐경규’였다. 쟁쟁한 선배PD들도 접고 들어가야 하는 이경규와의 작업에 성심으로 매달렸고, 이후 ‘코미디 로얄’과 ‘코미디 리벤지’까지 이경규가 가장 신뢰하는 연출자가 됐다.
“실제로 처음 합을 맞추는 과정에서 고초가 있었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가 생겼어요. 실제 저희 어머님과 동갑이시거든요. 동생과 선배 느낌으로 이야기가 잘 통합니다. 이경규라는 인물은 쉽게 담을 수 없는 시각으로 보실 때가 있어요. 콘텐츠에 대한 통찰이죠. 그리고 MC 외에 ‘플레이어’로서 빛나는 부분도 ‘코미디 로얄’을 통해 봤습니다. 화를 냈던 원숭이 분장을 고스란히 하셨죠. 이번에도 기획에 참여하시면서 틀을 든든하게 만들어주셨습니다. 코미디에 진심인,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시는 분입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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